문재인 정부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확정됐다. 유례 없는 확장 재정정책을 통해 사람 중심의 소득 주도 성장을 지속적으로 해보겠다는 게 골자다. 총지출 규모(429조 원)도 사상 최대, 증가율(전년 대비 7.1%)도 2009년(10.6%) 이후 가장 높다. 복지 관련 예산은 ‘슈퍼’다. 증가율(12.9%)도, 증가액(16조 7000억 원)도 사상 최대다. 국가채무도 사상 처음으로 700조 원을 돌파한다. 항목 족족 ‘사상 최대’ 꼬리표가 붙는데도 정부는 내년 국가채무 비율이나 재정수지를 올해보다 나아지게 하겠단다. 하지만 ‘고차 방정식’인 내년 예산을 풀 정부의 ‘비법’은 1차 방정식 해법 수준인 부자 증세를 통한 세수 확충과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정도다.

한국 경제의 난제인 저성장 고착화, 양극화 등을 해소하려면 현재로선 재정 말고는 별 동력이 없는 게 사실이다. 우리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재정 역할이 커야 한다는 정부 인식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지출 속도가 가파른 데다 대책도 미덥잖아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178조 원 공약’을 해결할 중장기 마스터플랜도 없다. 이 와중에 문 대통령은 성장에 대해선 입 다문 채 매일 평균 1조 원꼴로 돈을 푸는 복지정책을 양산한다.

우리의 국가채무 규모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증가율은 연평균 11.6%로, OECD 32개국 중 4번째로 높다. 세수가 호조를 보이는 데다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데 경제는 벌써 심상치 않다. 소비심리가 급락하고 수출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국가 운명보다 자신의 정치인생이 우선인 실세 정치인 장관들이 각 부처에 포진해 있어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구조조정 의지가 관철될지도 의문이다. 복지예산의 희생양으로 성장동력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두 자릿수로 삭감한 건 패착이다.

재정은 국가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외환보유액이 바닥나 1997년 말 터진 외환위기를 극복한 힘도 튼실한 재정이다. ‘정통 예산통’ 김 부총리는 ‘코드 정책’과 무관하게 나라 곳간을 사수(死守)하겠다는 각오로 재정건전성 유지에 직(職)을 걸어야 한다. 여야도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재정건전화법’을 처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