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서울대 교수 경영학

최근 수출시장과 내수시장에 동시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7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 9개월 동안 계속 상승했던 수출물량지수 잠정치가 성장을 멈추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수출물량지수는 139.42(2010〓100)로 지난해 동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상승률의 폭 역시 지난 2월 9.9%, 3월 4.6%, 4월 4.5%에 비하면 하락 폭이 상당히 크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시장을 제외하면 7월 무역지수는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비슷한 조짐이,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나타났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를 기록해 지난달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탄핵 정국 이후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6개월 동안 111.2까지 계속해서 올랐지만, 이번 달에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불과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경제에 대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행 역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경제 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되면 통화 정책의 완화 기조를 재조명할 수 있다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면 불과 한 달 사이에 무엇이 그렇게 달라진 것일까? 해답은 경영 현장에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영 현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혹은 계약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 법인세율 인상, 그리고 31일로 예정된 통상임금에 대한 1심 판결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경제에서 무역지수와 소비심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 역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저임금, 정규직화, 통상임금 등 모든 것이 근로자의 요구대로 결정되더라도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세계 경제에서 특정 국가 근로자의 급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근로자의 노동생산성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다. 노동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급여 인상은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없다.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서도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일자리 창출이 선결 과제다. 미래 소득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실질적인 소비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글로벌 경쟁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던 1980년대에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한국 제품을 마치 서로 경쟁하듯 수입했다. 외국 기업들은 노동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적 자원 때문에 앞다퉈 투자했다. 1980년대에는 일자리 창출보다 노동력 착취 여부를 걱정해야 했고, 내수 시장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걱정해야 했으며, 좋은 인재를 찾으려고 해외에서 취업 홍보를 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면, 거의 모든 경제 문제를 선순환 국면으로 바꿀 수 있고,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창조할 수 있다.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자기 역량에 부합하는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는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보다 100년 이상을 버틸 수 있는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정치적 판단이나 목전에 보이는 유혹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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