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작품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이다. 이 소설은 2013년 출간됐다. 과거 연쇄살인범이었던 병수가 나이 들고 치매에 걸린 뒤 자꾸만 뒤엉키는 기억을 붙잡고, 딸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29일 문학동네에 따르면 소설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 21만5000부가 판매됐다. 김영하가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4위다.
원작의 장점은 김영하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체와 반전 엔딩이다. 한 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단숨에 읽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장편이지만 체감 분량이 단편일 정도로 속도감이 있다.
영화에선 이런 장점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학동네 측은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지는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며 “무엇보다 소설적 엔딩이 어떻게 변형될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28일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시사회에서 그 베일이 벗겨졌다. 영화적으로 재해석되거나 첨가된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설경구(병수)가 치매 전조증상으로 왼쪽 얼굴을 떠는 모습은 원작에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결정적으로 엔딩도 큰 차이를 보였다. 원신연 감독은 “소설을 읽은 사람도, 읽지 않은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캐릭터 설정 등 영화적 창작을 많이 보탰다”고 설명했다. 9월 7일 개봉한다.
두 번째 작품은 김훈의 ‘남한산성’(학고재)이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였던 조선 병자호란(1636년) 당시 인조와 신하들이 청나라 침략군을 피해 남한산성에 고립된 채 항전했던 47일간의 참담한 이야기다. 남성적이면서도 빈틈없는 묘사가 생생하다. 척화파 김상헌과 주화파 최명길의 대립도 긴장감이 넘친다. 대장장이 서날쇠, 비운의 송파나루 뱃사공 등 평범한 백성들의 등장과 활약도 흥미롭다. 다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술방식과 유장한 호흡이 촌각을 다투는 시각 매체에 어떻게 녹아들지 기대된다.
이 소설은 2007년 출간됐다. 이후 지난 10년간 약 60만 부가 팔렸다. 학고재는 지난 6월 100쇄 출간을 기념해 문봉선 화백의 그림 27점을 넣은 특별판을 출간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소설 ‘남한산성’을 읽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지금의 상황과 매우 닮아있다는 것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9월 말 개봉 예정이다.
세 번째 작품은 정유정의 ‘7년의 밤’(은행나무)이다. 소설은 두 부문으로 나뉜 액자 형식이다.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쓰고 떠돌던 아들의 이야기가 한 축, 그리고 우발적으로 소녀를 살해한 뒤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남자와 딸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려는 피해자의 대결이 다른 한 축이다.
정유정은 치밀한 구성과 탄탄한 캐릭터로 ‘한국의 스티븐 킹’이라 불린다. 살인과 파멸, 진실의 이면 등 무거운 소재들을 긴박하게 풀어내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2011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52만 부가 판매됐다.
은행나무 측은 “출간 당시 영화 판권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작품”이라며 “액자 형식이기에 영화는 과연 어떤 장르로 이야기를 풀어낼지가 가장 큰 관심”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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