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서 음악수준 바로 드러나”
내달부터 全曲 국내외서 공연
“바흐의 첼로 모음곡 전곡(6곡)을 연주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2시간 40분 동안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색에 심리적으로 집중할 수 있느냐에요. 연주보다 더 어려운 건 긴 시간 정신력을 유지하는 거란 의미죠. 때로 그런 순간이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섰습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양성원(50·사진) 연세대 음대교수가 올해 또 한 번 쉽지 않은 무대에 오른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앨범을 지난 25일 12년 만에 내놓은 데 이어, 9월부터 국내외에서 연주를 들려준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29일 만난 그는 “바흐의 곡을 연주하면 전문 연주자로서의 음악적 수준이 단번에 드러난다”고 말했다. “발가벗고 무대에 서는 것 같기도 하고, 깨끗한 거울 앞에서 자신을 직선적으로 대면하는 느낌도 들죠. 그만큼 연주할 때 공포도 느끼지만, 수많은 변화를 뚫고 살아남은 곡 안에는 특별한 혼이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지천명(知天命)이 된 양성원은 이전과는 또 다른 바흐를 발견하게 된 것이 이번 앨범 발매와 공연의 중요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예전 앨범이 좋았는데 ‘왜 또다시 바흐 앨범을 내냐’고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웃은 그는 이번 앨범에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왼손을 쓰면서 음표들을 열심히 잘 표현하려고 했는데, 최근에 와서는 활을 켜는 제 오른쪽 팔에 집중해서 연주해요. 악기와 훨씬 더 가까워졌고 악기 안의 목소리를 찾는 작업이 점점 중요해진 거죠”
관객들이 어떻게 바흐의 곡에 다가가야 할지 묻자 양성원은 “쉽고 편하게만 접근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바흐의 곡은 우리 삶의 근육과 뼈대에 스며들면 10년, 20년 후에라도 기억나게 될 거에요. 그때 자신에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남아있길 원하는 분들은 이번 연주회에 오셔야 된다고 생각해요.” 국내 피날레 공연은 10월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며, 프랑스와 일본 등지에서도 연주회를 연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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