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이 지난 6일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인근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 17번 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인경이 지난 6일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인근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 17번 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8일 김인경과 만나기 위해 강원 춘천시의 제이드팰리스골프클럽으로 가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5년 전 30㎝ 퍼팅 사건을 물어볼까, 말까. 쓰라린 기억을 되살리는 게 결례가 되지는 않을까. 김인경은 정작 담담했다. 김인경은 “저를 인터뷰하면서 그 사건을 안 물어보면 오히려 이상하죠”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2012년 나비스코챔피언십(현 ANA인스피레이션) 마지막 18번 홀. 김인경은 30㎝ 파 퍼트를 성공하면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인경은 어이없게 놓쳤다.

당시 홀에서 정말 30㎝ 떨어졌었는지가 궁금했지만, 김인경은 “지금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주말골퍼라도 ‘탭인’ 할 수 있는 거리였다. 김인경은 “평소 ‘루틴’대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크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짧은 퍼트였지만 루틴대로 마크를 하고 볼을 집어 들었다. 라이도 한 번 더 살폈다. 이렇게, 퍼팅을 하기까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퍼팅 실패 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책감에 시달렸다. 김인경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이것은 오직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김인경의 인생을 뒤흔들어놨다. 골프선수로서의 삶도 180도 바꿔버렸다. 그리고 길고 긴 슬럼프에 빠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지 못한 건 물론이고 2014년과 2015년에는 톱10에 두 번밖에 끼지 못했다. 김인경은 ‘사고’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단식 수련, 인도에서 요가 수련을 하는 등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30㎝ 퍼팅’에 대해 물었다. 김인경은 “친구라면 (내게) 가슴 아프게 물어보지 않겠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국내외 미디어들은 인터뷰할 때마다 꼭 그 일을 물었다”고 말했다. 경기장에 팬들이 찾아와 안타까워하고 울기도 했다. 잊을 만하면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간혹 김인경을 붙잡고 펑펑 울면서 “꼭 잘하라”고 당부하는 어머니 또래의 여성팬들도 있었다. 그래서 얻은 결론. 김인경은 “평생 물어올 것이니, 평생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답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레인우드클래식에서도 2012년과 비슷한 짧은 퍼팅을 놓쳤지만, 기어코 우승을 차지했고 실수는 이내 묻혔다. 30㎝ 퍼팅 실수 이후 첫 LPGA투어 우승이었고 김인경은 올 시즌엔 날개를 단 듯 3승을 보탰다. 김인경은 “발생할 확률이 아주 낮은 일이 내게 벌어진 것이라고 받아들였다”면서 “스스로 나무랄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인경은 “지금 컨디션은 골프를 시작한 이래 가장 좋다”면서 활짝 웃었다.

춘천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