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명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통계청 예측보다 수년 빨라졌다. 인구절벽은 갈수록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반 토막 우려가 모든 국가의 정책을 좌지우지할 판이다. 생물학적 차원의 국가 위기일 뿐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빨간불이다. 역대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10년 동안 매달려왔는데도 번번이 실패했다. 지엽적인 문제들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해법은 아직도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18 예산안에도 사업의 기계적인 나열만 있을 뿐, 체계적인 분석을 토대로 한 고민의 흔적이 안 보인다. 3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업무보고는 박능후 보건복지부·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차례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저출산 해법은 그야말로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가능하다. 10년 전 사태의 심각성을 처음 인지할 때만 해도 1차 방정식 정도만 풀면 해결될 문제로 잘못 접근했다. 아니, 안이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출범시킬 당시만 해도 영·유아 보육 지원으로 해결될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서 안 낳는구나’라는 생각에 보육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1차 저출산 대책은 실패로 판명 났다. 이명박 정부는 하나 더 추가했을 뿐이다. 2차 대책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을 추진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여성 직장인을 집에 빨리 보내고, 육아 휴직을 사용하게 하면 아기를 낳을 것으로 판단했다. 역시 순진한 생각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3차 대책은 혜택의 외연을 확대한 식에 그쳤다.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은 필요한 정책이었음에도 가치관 변화에 따라 아기를 안 낳는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불임을 해결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역시 오해였다. 10년간 100조 원 이상을 쏟아붓고도 출산율 추락을 막지 못했던 이유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뒤 최근에야 겨우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했다. ‘Y(출산율)=aX1⁴+bX2³+cX3²+dX4+e’라는 미완의 복잡계 함수다. 5차 이상 수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해법의 단초는 변수의 우선순위를 확정하는 데서부터 찾아가야 한다. 대략 X1=일자리(청년실업 해소), X2=주택공급(주거비 해결), X3=교육기회·접근성(교육비 해결), X4=일·가정 양립 등이다. 변수를 정해도 어느 변수가 얼마나 더 결정적이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a, b, c, d 등의 가중치 값을 실증적으로 도출해야 한다. 상수로서 e(의료비·통신비 등 생계비 부담 축소)도 대책에 포함돼야 한다. 일자리는 저출산 해결의 핵심 열쇠다. 청년실업자가 결혼해 아기를 낳기는 재벌 3세에게나 가능하지 보통 사람은 힘들다는 점에서다. 순차적으로 집 장만, 아이 교육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또한 중요하다. 목돈도 필요하고, 가처분소득 증대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아직 ‘페라리(Ferrari) 해법’의 구체적 수치를 찾지 못했다. 이 문제를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 부처별로 제각각이고 분절적이다. 평면적인 정책의 나열은 생색내기용 전시행정에 그칠 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점이 과거의 교훈이다.
jup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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