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일본군 위안부 실체를 알리는 재단 설립”
“중국에 일본군 위안부 실체를 알리는 재단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입은 중국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중 합작 다큐멘터리 영화 ‘22’(감독 구오커)의 제작에 참여한 김원동(47)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목소리는 꽤 상기돼 있었다. 중국에서 위안부의 실태를 다룬 첫 영화인 ‘22’는 지난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에 맞춰 현지 개봉 후 2주일 만에 중국 박스오피스 1억6500만 위안(약 280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이다. 또한 투자 대비 가장 큰 수익을 낸 영화로 중국 기네스북에 등재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28일까지 집계된 제작사 측 수익만 150억 원이다. 하지만 개봉 전 제작사 수익 전액을 위안부 할머니를 돕고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널리 알리는 데 쓰기로 서약을 했다”며 “중국 위안부 문제 연구 권위자로 알려진 쑤즈량(蘇智良) 상하이사범대 교수와 재단을 설립해 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 영화는 개봉조차 불투명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라 상업성이 높지 않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중국 내 인식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한국에서 또 다른 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낸 것에 착안해 ‘22’ 배급 및 홍보비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그러자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펑샤오강(馮小剛) 감독 역시 SNS를 통해 “이 특별한 다큐멘터리 영화에 꼭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 참여 연령층이 굉장히 젊다”며 “중국 공영방송인 CCTV 등에서 이 펀딩에 대해 보도하며 100만 위안(약 1억7000만 원)의 홍보비를 마련할 수 있었고 3만 명이 넘는 참가자의 이름이 엔딩 크레디트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당초 김 대표는 한·중 동시 개봉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선뜻 나서는 배급사가 없었다. 그런데 중국 내 흥행 소식이 전해진 후 김 대표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22’를 배급하지 않겠다고 했던 배급사에서도 다시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며 “좋은 배급사가 결정되면 조만간 한국에서도 ‘22’를 상영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수익을 낸다면 좋은 일에 쓰고 싶다”고 기뻐했다.
김 대표는 2015년에도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 ‘소리굽쇠’를 한·중 합작으로 제작했다. 왜 그는 이토록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일까? 이 질문에 김 대표는 속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007년 희귀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서원기도를 올리며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 후 사회적 관심이 높던 위안부 역사에 대해 공부하며 더 널리 알려야겠다는 소명 의식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한편 ‘22’는 영화 촬영 시작 무렵 중국에서 생존이 확인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숫자다. 지금은 8명만 남았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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