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약해 청소년에 악영향 커
“수박에 구멍 5개를 뚫어 그곳에 소주 5병을 거꾸로 꽂아 흡수시킨 뒤 먹는 ‘수박주’, 미숫가루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미숫가루주’, 젤리 형태의 투명한 떡에 소주를 넣어 먹는 ‘술방울떡’까지….”
모두 국내 유명 주류업체들이 SNS에 제조법을 소개하는 동영상과 함께 올린 ‘소주 응용 방법들’이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SNS 등에 무차별적으로 제작돼 공유되는 주류 광고는 음주 폐해에 취약한 청소년에게 더욱 유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술 광고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전체 매체별 주류 광고 송출횟수는 2014년 28만4916건에서 2016년 32만4986건으로 2년 사이 14.1% 증가했다. 송선미 부연구위원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주류광고가 청소년의 음주 행동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청소년기에 음주를 하는 것은 행동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쳐 성인기 음주 문제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소년이 즐겨보는 TV 드라마 등에서는 등장 인물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흔하게 방영된다. 특히 심의 기준이 완화된 케이블 방송의 경우 아예 대놓고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예능 프로그램도 있다. 이는 현행법상 담배와 달리 술 광고는 방송이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가 17도 이상인 술의 광고는 TV, 라디오, 지하철만 제외하고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며, 17도 미만의 술 광고는 특정 시간대만 피하면 모든 매체에서 광고가 가능하다.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SNS, 유튜브 등의 광고는 아무런 제재 규정도 없다.
지난 3월에는 한 주류업체가 페이스북에 ‘30ℓ 대용량 소주 정수기’를 출시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이 사진은 만우절을 맞아 주류업체가 홍보 차원에서 만든 ‘거짓 사진’으로 밝혀졌지만, 가수 김건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거대한 플라스틱 소주 통을 정수기에 꽂는 장면을 연출해 SNS 등을 통해 화제가 됐다.
외국의 경우 술에 대한 미디어 노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주류 마케팅을 규제하는 159개 국가 중 주류의 미디어 광고를 ‘전면 금지한 나라’도 전체의 10%에 달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9월 1일 ‘절주 문화 확산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열고 해법을 모색한다. 협의체에 참석하는 김영욱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마련 이후 언론에서 자살이라는 표현이 줄었다”며 “미디어의 변화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은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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