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피했지만 경영악화 불가피
5000여개 협력업체들도 파장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원고 일부 승소)함에 따라 최대 1조 원 안팎의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당장 경영실적 악화는 물론, 고비용 생산구조 강화로 재계 서열 2위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위기 확산이 불가피해졌다.
31일 현대차그룹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기아차는 향후 최대 1조 원 안팎의 부담을 짊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판결은 2008년 말∼2011년의 3년 치로, 회사 측이 지급해야 할 임금은 4223억 원이다. 이미 노조는 2011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의 통상임금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올해 10월이면 노조가 2015년부터 그때까지의 밀린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할 것이 확실시된다. 결국 이번 통상임금에 대한 판결의 취지가 계속 인정될 경우,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1조 원 안팎이 되는 셈이다.
기아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1조4045억 원보다 44.0%(6177억 원) 감소한 7868억 원으로 지난 2010년 이후 최저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12년 7.5%에서 지난해 4.7%, 올 상반기에는 3.0% 수준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아차는 선고 직후 항소 입장을 밝혔는데, 1심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해 당장 3분기부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사태 이후 사실상 차입 경영을 하는 기아차가 최대 1조 원 안팎의 부담을 짊어지게 되면서 국내외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유동성 부족 위기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구·개발(R&D) 등 투자 여력 감소, 생산 및 수출 감소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 동력도 상실하게 됐다.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체계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R&D는 물론 자재, 부품 공급 등을 공유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이 상황에서 기아차의 경영 위기는 곧바로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 전반에 파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연간 급여 9600만 원인 기아차 노조원들이 추가로 거액의 연봉을 받게 되면서 현대차 노조 역시 향후 임금협상에서 큰 폭의 인상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악재다.
국내 완성차 생산의 37%를 차지하는 기아차 경영이 어려워짐에 따라 5000여 개에 달하는 1∼3차 협력사들 역시 경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미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미국시장 판매 부진 등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아차 경영까지 어려워짐에 따라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부품업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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