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4차례 공청회에도 합의 어려워
제각각 설문결과도 혼란 부채질

수능 개편만으론 교육혁신 부족
국가교육회의서 종합 대책 논의

수업 - 수능 교육과정 다른 中3
새 수능 치를 中2도 혼선 불가피


31일 교육부가 고심 끝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 확정을 1년 유예키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한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능 제도 하나만을 고쳐서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 철학을 담아낼 수 없다는 점에서 입시 및 고교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패키지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유예의 한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3주 만에 수능 개편안 확정 ‘어불성설’= 정부가 지난 10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모두 4차례의 공청회를 진행하면서 국민 여론 수렴에 나섰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이 분출하면서 교육현장의 혼란이 더 심해졌다. 10일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불과 3주 만에 청소년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능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것이 애초 어불성설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육부의 개편 시안 발표 후 교육 현장은 혼란이 거듭됐다. 교육단체나 시민단체들이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다 제각각인 점이 대표적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학부모 371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설문조사에서는 현행 수능체제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77.8%에 달했다.

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는 개편 시안 2안(전 과목 절대평가 적용)을 찬성하는 응답률이 45%로, 1안(일부 과목 절대평가 적용)의 35%보다 높게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고교 교사 1613명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설문에서는 55.9%가 1안에 찬성한 것으로 조사돼 2안(35.1%) 찬성률을 크게 웃돌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청회 전까지만 해도 행정의 일관성 측면에서 잡음이 있더라도 마무리를 짓자는 분위기였지만 공청회 등을 거쳐 보니 여론이 1안과 2안, 현상유지 안, 무반응의 비율이 30:30:30:10 수준으로 팽팽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30% 수준의 비율만으로 3주 만에 급작스럽게 결정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 전반을 논의할 ‘국가교육회의’가 9월에 출범한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고교체제 개편 등 새 정부 ‘패키지 교육정책’ 필요 = 수능 개편안 유예 방침에는 이번 일정이 박근혜 정부에서 짜놓은 급박한 일정을 새 정부가 따라야 하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종합적으로 마련돼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정책 핵심인 수능 개편안을 충분한 논의도 안 된 상황에서 전 정부의 일정에 따라 결론 내리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내년 8월까지 마련될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에 고교학점제나 내신성취평가제, 고교체제 개편을 포함한 고교 교육 정상화 방안과 대입정책을 모두 담겼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내년에 내놓을 수능 개편안에는 수능뿐 아니라 논술전형의 폐지와 블라인드 면접 도입,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법제화 등 종합적인 교육제도 개선안이 담길 전망이다. 교사추천서 폐지 등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전면 개편 작업과 선행학습 유발을 막기 위한 사교육 근절 대책까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 등의 개선 작업도 진행될 계획이다.

◇중2·중3 혼란 불가피 = 교육정책의 핵심인 수능 개편안의 심도 있는 논의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수험생이 될 현 중2·3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능 개편안 발표가 1년 유예되면서 현 중3 학생의 경우 수업은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에 맞춰 하면서도 수능 시험은 종전 ‘2009 개정교육과정’에 근거한 현행 수능체제로 시험을 보게 됐다.

교육부는 최대한 혼선을 방지하겠다며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새 수능체제 적용을 받게 될 현 중2 학생의 혼란도 예상된다. 중2 학생은 수능 개편안에 더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국제고의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고교 진학 시에도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현 중2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 일반고보다 학생을 먼저 선발하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의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기 위해 올 4분기에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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