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으로 세계 최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은 그만큼 외교 역량이 중요하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역학 관계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동맹·우호 관계를 통해 대한민국을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현재 국교를 수립하고 있는 190개국 모두 나름의 중요성이 있지만, 현대사를 돌아보면 주변 4강과의 외교력에 국가 존립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북핵이라는 난제까지 더해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대사 인선을 보면 이런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청와대가 30일 발표한 미·중·일 대사 내정자 면면을 보면, 무력(武力)을 사용하지 않을 뿐 전쟁만큼 치열한 한반도 외교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주미·주중·주일 대사로 각각 내정된 조윤제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와 노영민 전 민주당 의원, 이수훈 경남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대선 캠프 소속 공신들이다. 또, 파견국과의 핵심 외교·안보 이슈들에 문외한이라고 할 정도의 비(非)전문가들이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주영대사를 지냈지만, 한·영 관계와 한·미 관계는 그 차원이 다르다. 문 정부 들어서도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군에 들어 있었을 정도이니, 주재국 측에서 불쾌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문 정부 외교안보팀은 이미 ‘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통상외교 전문가이고, 강경화 외교장관은 인권·다자 외교 경험밖에 없다. 온갖 흠결에도 임명이 강행된 송영무 국방장관도 신뢰를 받기 어렵다. 북한 탄도미사일을 방사포로 발표하는 소동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용된 주요국 대사들을 보면 문 대통령이 정말 ‘4강 외교’에서 탈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야당에서 벌써 외교안보팀 경질 요구가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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