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곡초등학교 3학년 3반 정수진 담임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저를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어요. 초등학생이던 저에게 선생님은 가장 따뜻한 어른이자 멋진 선생님이셨거든요. 한 달 전에 방 청소를 하다가 앨범 속에서 상장을 하나 발견했어요. 상장 이름은 ‘행복상’이었고 그 밑에 ‘이 상을 받는 어린이는 늘 행복할 거야∼’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렇게 상장을 손에 들고 있으니 문득 제가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상장을 받는 기분이 들어 초등학교 시절을 추억하게 됐어요. 그때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저는 교통사고를 당해 6개월 이상 학교에 나오지 못해 친구가 별로 없는 상태인 채로 다시 등교하게 됐고, 뇌출혈로 수술을 받아서 머리카락이 2∼3㎝ 되는 길이라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녀야 하는 여자아이였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이런 저에게 딴 사람들과는 다르게 다가오셨어요. 제 머리를 보고 성별을 물어보는 호기심과 비웃음이 가득한 눈도 아니었고, 동정의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지도 않으셨어요. 또 아프면 울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셨죠.
그런데 운동회를 앞두고 선생님께서 저에게 “운동회 날에는 모자를 벗고 오는 건 어때?”라고 하셨을 때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면서 속상했어요. 남들과 똑같이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정말 우스운 건 제가 운동회 날에 모자를 벗고 친구들과 춤을 췄다는 거죠! 저에게 그런 엄청난 용기가 어디 숨어 있었는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은 저에게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셨어요. 저는 그 기회를 통해 상처를 드러내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더욱 빨리 치료할 수 있는 길이란 걸 깨닫게 됐어요.
선생님의 말씀이 어린 마음에 너무 서운하고 속상했지만 매일 밤 울면서 고민했던 저에게 기특하다고 해주고 싶을 정도로 모자를 벗는 그 순간이 제 삶에 있어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였어요.
어린 저에게 용기뿐만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법,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신 선생님이 많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어느새 초등학교 3학년이던 꼬맹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됐고, 사람들이 무섭고 싫어 도망치고 피해버리던 아이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밝은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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