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에서 곳곳이 팬 잔디 위에서 쭈그려 앉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에서 곳곳이 팬 잔디 위에서 쭈그려 앉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쉽게 파이고 미끄러져 곤혹
드리블 등 제실력 발휘 못해
손흥민 “화가 난다” 토로


“이게 홈구장이라고?”

축구대표팀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이란과 0-0으로 비겼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대표팀은 측면 돌파를 활용해 실마리를 풀려고 했지만, 드리블을 하다가 넘어지기 일쑤였다. 게다가 선수들이 지나간 곳의 잔디는 움푹 파여 불규칙 바운드가 잇따랐다. 골키퍼 김승규는 축구화 바닥에 흙이 잔뜩 묻자, 골대 기둥에 신발을 부딪혀 흙을 떨어내곤 했다. 그라운드 잔디 상태가 엉망이었기에 선수들은 뛰고 달리는 데 애를 먹었다.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은 9차전 직후 분통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매번 이런 상황이어서 화가 난다”며 “이런 잔디에서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드리블하다 멈칫멈칫거리는 등 자신의 장점인 폭발적인 스피드를 살리지 못했다. 드리블 돌파, 공간 침투가 트레이드마크인 최전방 공격수 황희찬(21·잘츠부르크)도 자주 넘어졌다. 황희찬은 “(잔디 상태가) 많이 아쉽다”면서 “드리블할 때마다 잔디가 버텨 줘야 하는데, 미끄러지곤 했다”고 설명했다. 신태용(47) 대표팀 감독은 “잔디가 대표팀을 힘들게 했다”면서 “이란 선수들은 잔디가 밀려도 치고 나가는 힘이 있어 이겨내지만, 우리는 몸이 가볍기에 중심이 무너져 넘어지기 쉽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잔디가 좋은 곳이었다면 좀 더 나은 경기력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불량에 대한 지적은 계속돼 왔다. 지난 3월 기성용(28·스완지시티)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뛰는 게 정말 싫다”며 “잔디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이란과의 경기를 앞두고 K리그 클래식 2경기 외에는 대관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대대적인 잔디 보수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경기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7000만 원을 들여 그라운드 잔디의 4분 1가량을 교체했다. 또 여름철 무더위로 올라간 잔디 온도를 낮추기 위해 대형 송풍기 8대를 24시간 가동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탓에 보식한 잔디는 자리를 잡지 못했고 선수들이 밟고 지나가는 곳마다 잔디가 파였다. 부실한 잔디로 인해 대표팀이 홈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관련기사

허종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