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없던 시기는 없었다. 사람들은 왜 계속해서 파괴적인 싸움을 벌일까.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 깊이 뿌리박고 있는 본성일까, 아니면 인류 진화 과정에 나타난 발명품일까. 책은 이런 모든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전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함께 진화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현대인들은 대체로 동물의 생존 투쟁과 국가의 전쟁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본다. 이게 지금까지 받아들여진 통념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호모속이 진화한 지난 200만 년 동안 모든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했으며, 인간의 싸움과 밀접한 생물학적 진화를 살펴보려면 이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 1만 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수렵·채집인들은 동물과 똑같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했다. 자연의 대법칙 아래 예외란 있을 수 없었다. 따라서 인류가 처한 진실은 ‘고결한 야만인’을 상상했던 루소가 아니라 자연 상태 사람들이 ‘만인 대 만인의 전쟁’을 벌인다고 했던 홉스의 사상에 가까웠다. 이는 후대의 환경에서도 죄수의 딜레마와 안보 딜레마, 끝없는 군비 경쟁으로 나타났다.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 도시국가, 제국으로 다변화하면서 인류는 비로소 대변혁을 겪었다. 새로 나타난 국가는 세제를 통해 전비를 조달하고 직접 군대를 조직함으로써 전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어느 정치 체제에서나 무장세력이 권력의 핵이었으며 견고한 무력 기반 없이는 외부의 공격은 물론 내부의 반란도 막을 수 없었다. 부(富)와 경제력이 권력에 미친 영향도 크다. 근대국가에선 부가 권력을 창출하고 권력이 부를 창출하는 선순환 메커니즘이 형성됐다. 부는 전쟁자금이었고 전쟁은 더욱 많은 부를 약속했다.
그간 학계의 논쟁거리였던 군사혁명, 민주주의 평화론, 비재래식 테러에 대한 분석도 눈여겨볼 만하다. 군사혁명은 전술적 발전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유럽을 휩쓴 근대화 과정의 한 요소였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폭력의 감소 추세를 논증하고 있으나 섣불리 평화의 승리를 점치는 것은 경계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류의 역사는 오히려 폭력의 승리이고, 강한 폭력이 약한 폭력을 대체해온 과정이기 때문이다. 군사학, 진화론, 인류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등 다양한 영역으로 뻗친 저자의 연구와 분석이 놀라울 따름이다. 단순한 종합이 아니라 문명과 전쟁의 상관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로서, 늘 전쟁의 위협에 살았던 저자에게 전쟁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삶과 죽음을 좌우하는 인간의 조건이다. 1064쪽, 5만3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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