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고강도 규제 직격탄을 맞은 재건축시장은 거래 절벽과 급매물, 분양 연기, 분양가 인하(?) 등이 나타나고 있지요. 그렇다면 8·2대책이 강남권 부동산 불패 지형도를 바꿀 수 있을까요. 정답은 ‘쉽지 않다’입니다.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 학습 효과 때문이지요. 다만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확실한 요소’는 꿈틀거리고 있지요. 후분양입니다. 8·2대책으로 된서리를 맞은 서초구 한 재건축단지가 조합원 이익 극대화를 위해 후분양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시공사의 파격 제안이어서 조합원들의 선택이 남아 있긴 하지요.

사실 후분양은 재건축 단지 조합과 시공사의 이익 극대화라는 ‘불편한 속내’만 없다면 주택공급 방식의 정답입니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도 시행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요. 1970년대 도입된 선분양제는 ‘봉이 김선달식’ 주택 공급 방식으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만병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상품이 아닌 조감도를 그려놓고 합법적으로 돈을 받는 공급자 위주 제도지요. 선분양제는 분양가와 실제 시장거래가격 간의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를 유발했고, 분양권 매매, 편법 청약, 건설사 부도 시 계약자 피해, 주택 하자 분쟁 등 온갖 문제를 일으켜왔습니다. 자기 자금 부족 상태에서 무리한 청약, 주택청약장 주변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 하우스푸어(대출로 집을 산 가난한 이들) 등도 선분양제에서 비롯됐지요.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절 선분양제 혁파에 나섰으나 건설업계의 반발 등에 부딪혀 흐지부지됐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선 만큼 주택 공급 시스템 자체를 바꿀 때가 됐습니다. 수많은 폐해가 있는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민간주택에도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죠. 완성품을 만들어 시세에 맞게 파는 것이 시장 원리인 만큼 완성된 주택이 시장에 나와야 합니다. 후분양은 건설사의 부실시공도 막고, 웃돈이나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의 개입도 최소화할 수 있고요. 필요한 만큼 완성품을 만들어 공급하기 때문에 미분양이 쌓일 이유도 없습니다.

유럽 각국과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가 주택 후분양제를 통해 시장의 안정을 지켜왔습니다. 우리나라도 민간아파트 후분양제의 조기 시행이 만성적인 부동산 질병을 고칠 기회가 될 것입니다. 건설·시행업계와 국토교통부, 일부 학자도 이제 무엇이 주택시장에 이로운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후분양제 시행에 따른 일시적 주택시장 위축이나 혼란을 ‘대단한 우려’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것이죠. 정부와 학계가 부동산 문제의 근본 해법을 단계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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