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 시장 가보니…

센트럴자이 사실상 상한제 적용
3.3㎡당 평균분양가 4250만원
주변시세대비 4억∼5억원 차익

기존주택 급매물도 거래 실종
아파트값 하락은 0.04% 그쳐

수도권 등 일부 풍선효과 미미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GS건설의 ‘신반포 센트럴자이’ 아파트 본보기집(모델하우스). 개장 30분 전인 오전 9시 30분부터 집을 보러 온 100여 명의 수요자가 길게 줄을 늘어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조건으로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3.3㎡당 평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200만 원가량 낮은 4250만 원으로 책정되면서 수요자들이 대거 몰렸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6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또 9억 원 초과 아파트인 데다 중도금 대출도 대폭 줄어(40%) 수억 원(분양가의 60%)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살 수 있다. 하지만 입주 후엔 결국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목돈 보유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신혼부부인 아들 내외를 위해 본보기집을 찾은 이모(여·58) 씨는 “입지가 좋고 분양가가 인근 단지보다 저렴해 타이밍이 좋다고 보고 청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로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 한 달을 맞은 가운데 강남·마포 등 인기 지역의 신규 분양 시장 과열은 여전한 모습이다. 대책 발표 후 첫 분양 아파트였던 SK건설의 ‘공덕SK리더스뷰’ 역시 평균 34.6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반면 기존 주택 매매시장은 급매물 일부가 나오며 가격은 내림세지만 매수자가 없어 거래절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최근 한 달간 1억3000만 원이 떨어졌지만 단 1채만 팔렸다. 강남구 개포동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며 “집을 시세보다 대폭 낮춰 내놓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거래 절벽 상태이지만 가격하락 폭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이 31일 내놓은 시세 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 가격은 전주에 견줘 0.04% 떨어졌다. 부동산 114가 이날 내놓은 8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0.02%로, 지난주(0.03%)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8·2 대책에서 비켜난 수도권과 지방 일부 분양 시장에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진단이다. 매매시장이 움츠러든 사이 가을 이사철을 앞둔 전세시장은 소폭 올랐다. 부동산 114의 8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주간 전셋값은 전주보다 0.03% 올라 5주 만에 상승 폭이 확대됐다.

8·2 대책을 너무 급하게 내놓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 창구에 정확한 대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혼선을 빚었고 대책 발표 전 은행과 중도금 대출 계약을 맺지 않은 실수요자 대출까지 묶이며 “소급적용을 철회하라”는 민원이 속출했다. 청약가점제 비율이 높아지고 대출 가능 규모가 확 줄면서 맞벌이 부부 등 소득은 어느 정도 있지만 모아둔 돈은 적은 30~40대를 중심으로 ‘주거 사다리를 걷어찬 대책’이라는 불만도 쏟아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 대책은 청약·대출·세제·재건축·양도 단계까지 틈새가 없는 전방위 규제를 기습적으로 내놓은 대책”이라며 “아직 평가하기엔 이른데, 투기 수요를 잡는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혼돈 상황이어서 어디로 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수진·김순환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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