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밝혀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업체를 인수하려다 결정 시기를 놓쳐 무산됐습니다. 총수 부재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사업재편과 인수합병 등에 애로점이 많습니다. 시장의 판을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시장이 워낙 빨리 바뀌는 만큼 함대가 침몰하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윤부근(사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 대표이사(사장)가 총수 공백 사태에 대한 위기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웨스턴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 이후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가진 사장단급 행사다. 윤 사장은 “고기를 잡는 선단에 비유하면 삼성전자는 선단장이 부재 중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나 사업구조 재편 등이 어려운 실정”이면서 “경쟁업체들이 사업 체질을 속속 바꾸고 있고, 시장변화 속도도 빨라 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1~2개월에 하나씩 기업을 사들였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하만 인수 이후 인수·합병(M&A)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AI 업체를 인수하려다가 막판에 시기를 놓쳐 실패했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 같은 큰 기업에 총수가 없어서 경영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일축했다. 그는 “선단장과 선장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은 다르다”면서 “자신이 맡은 사업부문에 국한돼 1~2년 치 경영계획을 짤 수는 있지만, 3~5년 후 미래를 만들어갈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공 상태가 된 경영 상황도 털어놓았다. 윤 사장은 “주요 사안을 최종결정하는 경영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우려된다”며 “사장단 회의가 없어지면서 다른 사업부 사장들을 1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영 현안을 심의·의결하는 조직인 경영위원회는 올 2분기에 단 2차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이 부회장을 1심 선고 직전인 지난달 24일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등주의’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사장은 “가정이든 사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십”이라면서 “지금의 삼성을 만든 오너십은 기약 없이 멈췄다”고 말했다.
베를린 =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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