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돋보기를 꺼내 들고 손바닥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고는 “넌 쉰 살을 넘기기가 힘들다. 손금이 중간에 토막 났어.”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필통에서 연필 깎는 칼을 꺼내 끊긴 손금을 팠습니다. 손바닥에선 피가 흘러내렸습니다. 어린 시절 죽음은 그렇게 나를 찾아왔습니다.(서문 중에서)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서양 철학자도, 노자나 장자 같은 동양 철학자도 죽음을 사유(思惟)했다. 사제, 스님, 목사, 시인, 소설가, 수도자, 의사, 학자, 또 평범하게 산 많은 이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이 책은 그런 글들을 모아 엮어 다양한 모습의 죽음을 펼쳐 보여 준다.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살랑이는 글, 여름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글, 가을 하늘처럼 맑디맑은 글, 짙은 잿빛 겨울 하늘같이 차가운 글’들이 죽음을 기억하며 살고자 하는 이들의 동반자가 되어 그들을 더 깊고 융숭한 삶의 자리로 안내할 것이다.
1부의 글들은 결국 맞이할 죽음이지만 ‘아직 오늘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는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앞에서 ‘우리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도록 이끄는 글들이다. 2부 ‘연습해도 면역되진 않아’의 글들은 체험적 죽음에 대한 경험의 편린이다. ‘피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맞닥뜨려 죽음을 겪어도 ‘그 순간, 첫 경험이자 마지막 경험인’ 죽음에 ‘슬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3부의 글들은 결코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인 죽음의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축제’가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았다. 4부 ‘천 개의 바람이 되어’에서는 ‘이 세상에 들어왔을 때처럼’ 돌아갈 그곳 하늘에 대한 염원과,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며 ‘삶의 연속이며 완성’이므로 ‘두려워하지 않기’를 갈망하는 마음을 풀어낸다. 우리는 ‘결국 모두 흙으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계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법정,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본문 31쪽)
죽음이라는 적에게 당당히 맞서 싸우는 법을 배우라. 죽음의 신비한 면을 없애 버리고, 자주 사귀어 익숙해지고, 무엇보다 종종 죽음을 기억하라.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라. 죽음의 온갖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라.(몽테뉴, ‘수상록―죽음에 대해 단단해지기’ 중에서. 본문 142쪽)
서울에서 태어난 엮은이는 인천에서 대부분의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교육학 박사로서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수필가로 등단해 문학지에 글을 쓴다. 저서로는 《빛나는 꿈의 계절아》 《예술가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예술혼을 찾아서》 《예술예찬》 《문화의 힘 교육의 힘》 《교육》 《글로벌 리더》 등이 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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