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맥스는 1989년 설립된 건인시스템이 모태다. 변대규 박사가 동료 6명과 포장마차에서 창업을 결의하고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자본금 5000만 원을 빌려 노래방 반주기 제조사로 시작, 셋톱박스 시장과 전장 사업을 벌이며 일가를 이뤘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조3000억 원이다. 물론 지금 변 박사가 대표는 아니다.

올해 3월 변 박사는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네이버의 창업자이자 전 이사회 의장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제안했다. 이 GIO는 벤처 1세대로서 변 박사의 진취적인 벤처정신과 해외진출 추진력을 존중했다. 특히 네이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 원 이상)으로, 이 GIO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휴맥스는 네이버의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공정거래법은 동일인 혹은 동일인 관련자(변 의장)가 지분 30% 이상 소유한 기업을 기업집단으로 규정한다. 변 의장은 휴맥스 지분 30% 이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 간 거래에 공시 의무가 생겼다. 물론 양사는 창립 이래 지금까지 1원의 거래도 한 적이 없다. 사업 영역도 판이해 일부 대기업에서 나타나는 ‘일감 몰아주기’의 가능성도 희박하다.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편법적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한 기업집단의 ‘틀’에 네이버가 어울리지 않는 일면이다. 현재 기업집단 중 네이버와 같은 지배 구조는 유래를 찾기 어렵다. 이 GIO의 지분율은 4%대로 낮지만, 순환출자 구조도 없다. 앞으로 이 같은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은 많아질 것이며 그래야만 한다. 문제는 현재 기업집단 제도가 유지되는 한, 신경제를 이끌어야 하는 혁신적인 기업가들에게 ‘총수의 낙인’은 계속 찍힐 것이라는 점이다. 현실을 법에 끼워 맞추려는 구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이 GIO가)사회적 지탄을 받아 온 재벌 총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 미래까지 담보할 순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총수 기업이라는 공정위의 낙인이 네이버와 앞으로 등장할 선진 지배구조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임정환 경제산업부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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