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행·세관·적산가옥 등
일제시대 대표건물 고스란히
근대문화역사 지구 중심으로
夜行·시간여행 축제 등 다양
청정해변과 단아한 솔숲 자태
선유도·고군산군도 비경 즐비
올 관광객 300만명 돌파예상
경제적 효과 1800억원 추정
조선·자동차 업종의 불황으로 군산조선소 등이 폐쇄되는 등 지역 제조업이 쇠락하는 전북 군산이 관광도시로 탄생하고 있다.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차량으로 2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군산은 2500만 명의 수도권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당일치기, 1박 2일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군산은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의 서해 비경뿐 아니라 도심의 월명산과 어우러진 일제강점기 건축물들이 잘 보존돼 있는 근대 문화 관광지이기도 하다. 50년 이상은 돼야 식당이 맛 자랑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최근에는 숙박시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4년 62만 명에 불과했던 군산의 연간 관광객 수는 지난해 3배 이상으로 증가해 20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산시는 근대문화역사 지구를 중심으로 ‘군산 야행’과 ‘시간 여행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관광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1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군산시의 추산이다.
조선총독부 은행과 세관, 적산가옥 등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바로 군산이다. 청일전쟁 후 1899년 개항한 군산항은 일제의 쌀 수탈 통로로 번창하다가 1979년 신축된 군산 외항에 수출입 항구의 역할을 넘긴 뒤 옛 자취를 품은 문화유적지로 변신했다. 1922년 지어진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근대 건축물을 대표하는 건물이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구도심의 중심도로인 해망로에 위치한 웅장한 붉은 벽돌 건축물로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도 등장한 일제의 대표적 금융기관이었지만 지금은 근대건축관이라는 이름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1908년 독일인의 설계로 세운 옛 군산세관도 대표적인 일제시대 건축물이다. 구서울역과 한국은행 본관 건물을 빼닮았다. 지붕은 고딕, 창문은 로마네스크, 돌출된 현관 처마는 영국풍으로, 유럽 건축양식을 융합한 건축물이다.
해망로 건너편 마을로 들어서면 바둑판 같은 계획도시의 특징이 펼쳐지고 사이 사이에 일본풍 가옥들이 들어서 있다. 군산에서 포목점을 운영해 부를 쌓은 일본인 히로쓰(廣津)의 적산가옥도 그중 하나다. 2층짜리 본채에 단층 객실이 나란히 붙어 있고 앞에는 일본식 정원이 조성됐다. 군산 신흥동 일대가 일본 부유층이 거주하던 곳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실 서울을 비롯하여 개항장이던 부산, 인천, 목포 등 전국 각지에 수많은 일본식 주택이 있지만, 히로쓰 가옥은 국내 유일한 전형적인 일본 상류층 주택이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그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일본 왈패 우두머리인 하야시의 집으로, 드라마 ‘바람의 파이터’, 영화 ‘타짜’에서 고니의 도박 스승 평 경장의 집으로 소개되는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일본인 상류층 주택의 단골 촬영지가 됐다.
인근 금광동으로 발길을 옮기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 나온다. 1913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승려 우치다(內田)가 ‘금강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는데, 8·15 광복 후 동국사로 이름을 바꿨다. 대웅전은 요사채와 복도로 연결돼 있다. 처마에 장식을 씌우지 않고 용마루는 직선인 일본 에도(江戶)시대 양식이다. 일제에 협력한 일본 불교의 잘못을 낱낱이 밝히고 반성하는 내용의 ‘참사문비’가 마당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심 속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물을 둘러보고 난 뒤 발길을 바다로 돌려 고군산군도로 가는 것도 좋다.
‘신선들이 노닐던 섬’ 선유도와 장자·망주봉으로 이어지는 고군산군도.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다리가 놓이고 육지로 변했지만 선유도가 속한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다. 그중 맏이로 꼽히는 섬이 선유도다. 선유도로 총칭해서 불리지만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한 묶음이 됐다. 섬을 가르는 길목에서는 작은 섬들과 봉우리들이 나침반과 이정표가 된다. 망주봉, 선유봉, 대봉, 대장봉, 무녀봉 등 섬에 봉긋 솟은 봉우리들은 제법 산세가 웅장하다. 봉우리로 이어지는 솔숲은 계절마다 단아한 자태를 뽐낸다.
명사십리 해변은 선유도의 대표 절경으로 꼽힌다. 명사십리 해변은 천연 해안사구로 모래가 가늘고 곱다. 모래언덕이 바다와 바다를 가른 형국이라 물은 얕고 잔잔하다. 해변 끝자락에는 쌍둥이처럼 망주봉이 자리 잡았다. 섬에서의 하룻밤을 선택한 이방인들에게 이곳의 낙조는 훌륭한 선물이다. 대장도와 선유도 남악마을 사이, 작은 섬들과 바다 너머 해가 넘어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선유봉 아래 남쪽 옥돌 해변은 한가로운 풍경이다. 자그마한 자갈들이 빼곡하게 깔려 있는 해변은 물도 한결 맑다. 선유도에는 봉우리들과 어촌마을들을 둘러보는 구불길도 조성됐다. 남악산 대봉 구간, 선유봉 구간, 명사십리 해수욕장 구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구불길을 걷는 데는 서너 시간이 필요하다. 선유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대봉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춘장대 해수욕장, 남쪽으로는 변산반도를 조망할 수 있다. 세계 최장 새만금 방조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새만금 간척지 인근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골프장에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군산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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