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실에서 처음 만난 안지영 선생님께.
처음 편지를 쓰고 2년이 지났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너무 많이 달라졌지만, 선생님께서는 제가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 안녕하신지요? 과학실에서 청소하다가 수업 중이셨던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된 14세. 그리고 정식으로 선생님의 과학 수업을 듣기 시작한 15세. 그 지나간 2년은 저에게 있어 가장 울고 싶었던 기간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학교 화단에 피어난 작은 꽃들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때, 크리스마스 하루 전날, 제가 담임도 아닌 선생님께 장문의 편지를 쓴 것은 어쩌면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라는 바람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까지 줄곧 선생님들께 편지를 써왔고, 그 수많은 편지의 목적은 단지 ‘들어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답장 같은 과욕은 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답장 봉투를 들고 헐레벌떡 저를 찾아 뛰어오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많이 놀랐습니다.
편지를 읽고 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읽으면서 아무 색깔도 무늬도 그림도 없는 밋밋한 봉투가, 제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산하야, 소중하고 귀한 아이임을 너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어. 네가 그런 아이임을 선생님만 알고 있기 아쉬워서”라는 그 문장을 자기 전마다 몇 번이고 곱씹어보면서 저는 하나의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나는 소중한 아이라는 것.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귀중하고 귀중해서 아무도 내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것, 내 마음속에 쌓이고 쌓인 상처들이 고름 지고 피가 흘러도 언젠가는 아물어 깨끗한 새 살이 돋으리라는 것. 까맣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만 보였던 것은 제가 계속 시멘트만 바라봤기 때문이었고, 젖은 하늘만 보였던 것은, 사실은 하늘이 젖은 게 아니라 제가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게 예쁘다고 말해주셔서 저는 자신감을 갖고 겨우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어디에 계시나요?
만약 다시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말하지 못한 한 마디를 전하고 싶습니다. 15세. 너무나 아팠고 고통스러웠던 나이.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을 빛나게 해준 원동력이 된 나이. 그 해를 저와 같이 계셔주신 안지영 선생님께 이 말이 가닿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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