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화-그랜 토리노(EBS1 9일 오후 10시55분) = 젊은 시절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미국으로 돌아온 후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다 이제는 은퇴한 노년의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세상만사에 심드렁하고 웬만하면 모든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가 유일하게 애정을 주고 아끼는 대상이 하나 있다. 1972년에 포드사가 생산한 자동차 ‘그랜 토리노’다. 상당한 크기에 엔진 소리는 좀 시끄러우며 기름은 또 얼마나 많이 먹는지 모른다. 이제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한때 잘 나가던 시절을 대표하는 상품이다. 현재 인기있는 일본과 독일산 자동차와 비교되는 그야말로 과거의 유산 같은 것이다.

월트 역시 그렇다. 이제는 별 볼 일 없는, 과거에서 온 사람이자 과거에 발이 묶여 있는 사람이다. 그가 지향했던 ‘미국적인 가치’들은 아득하게 사라져버렸다. 동네는 슬럼화돼 사람들이 떠나가고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언제나 수다스러운 미국 이민자 가족들이다. 그들은 자꾸 월트를 귀찮게 구는데 어느새 그들 사이에 은근슬쩍 우정이라는 게 자리 잡는다. 하지만 그들을 노리는 갱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불안하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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