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 대해 물어보면 많은 사람의 얼굴이 다정해진다. 우리에게 첫사랑은 아플 때 꺼내 보는 도톰한 주머니 같은 것이다. 첫사랑을 겪는 나이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시기를 지나는 마음은 엇비슷한 것 같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질주했던 기억, 하지만 무엇으로도 잘 빚어지지 않은 채 스르르 떠나보낸 감정에 대한 아쉬움, 아름다운 것에 대한 동경이었는지 쓸쓸함에 대한 열망이었는지 구분되지 않는 미숙한 뜨거움, 무엇보다 사랑 자체가 아니라 첫사랑을 하는 나에 대해 집중했던 모습을 돌아볼 때의 쑥스러움 같은 것이다.
김진나의 청소년소설 ‘소년아, 나를 꺼내 줘’는 그런 점에서 첫사랑을 아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사춘기를 통과하는 중인 독자는 물론 그 시절의 섬세한 나를 다시 사랑하고 싶은 성인 독자도 충분히 환대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시지는 어렸을 때 이후로 만난 적이 없었던 엄마 친구 아들 얼을 우연히 다시 만난다. 같은 사람인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쩍 자란 소년 얼은 시지를 정체 모를 무기력함으로부터 흔들어 깨운다. 혜화역과 마로니에공원, 낙산공원을 배경으로 반나절 정도 이어지는 두 사람의 데이트는 첫사랑답게 반짝반짝 빛나고 적절하게 짤막하다. 되돌아온 시지는 이것이 첫사랑인지 아닌지를 헤아리는 것부터 얼의 감정은 무엇인지, 얼에게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알릴 것인지를 고민하며 들뜬 61일을 보낸다. 절친한 친구인 윤아는 시지의 감정과 차분하게 동행하면서 여기에 우정의 중량을 보태고 시지는 결국 이 간절한 회로를 돌아 자기 자신에 관한 질문 앞으로 돌아와 앉는다. 이 소설은 그 기간에 관한 기록이다.
김진나 작가는 첫사랑이 결국 소년이나 소녀의 문제가 아닌 자라나는 나 자신에 관한 열렬한 집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감각적이면서도 과장이 없는 문체는 건반을 짚는 손가락처럼 정확하다.
그리고 이 책은 편집이 무척 아름답다. 열병을 앓는 시간은 진하게, 그 뒤로는 서서히 엷어지는 종이의 색은 이야기의 감도를 다른 방식으로 전한다. 순순하게 모든 기억을 인정하는 것 같은 연하고 또렷한 표지도 인상적이다.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가 1960년이었다. 그 뒤로 57년이 지났고 첫사랑은 꽤 오랫동안 구체적으로 이야기되지 않았다. 오늘의 청소년들과 함께 간직하고 싶은 첫사랑에 대한 소설을 얻은 것이 무척 반갑다. 사계절출판사가 선정한 제15회 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196쪽, 1만1000원.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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