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길이 있다 / 유영래 지음 / 모두북스

전국 곳곳의 산 풍경을 담은 사진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운문과 산문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글이 그 풍경들과 더불어 있다. 산길을 걷다가 얻은 오도송(悟道頌)이 책의 갈피마다 오롯하다.

저자는 산행 동지들로부터 전문 산악인 못지않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좁은 산길과 임도까지 환히 꿰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산을 많이 다녔다는 것인데, 그는 그 걷기를 심신 수련이라 여겼다. 칠순의 나이에 이른 그는 정치판 등에서 모둠살이의 희망을 위해 애써 왔다. 그러나 이 책의 프로필은 그런 흔적을 일절 내비치지 않는다. 그저 산과 동행한 지난 시간에 대한 회억을 펼칠 뿐이다.

그의 오도송은 산으로부터 비롯한 것이지만, 간서(看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랜 세월 읽어온 책의 저자 이름이 즐비하다.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지혜의 고갱이는 삶의 허방을 이기며 득음(得音)하는 데 보탬이 됐다. 평생의 산행이 우화등선(羽化登仙)이 아닌 사람살이의 평화를 꿈꾼 것은 그 덕분이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한반도 중립국론이 허랑하지 않은 것도 역시 그 때문이다. 224쪽, 1만5000원.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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