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경제 이야기 / 임병걸 지음 / 북레시피

저자는 참 어렵지만 의미 있는 도전을 했다. 감성적이며 주관적인 시(詩)에 낭만과는 거리가 먼 숫자와 통계의 경제를 버무리다니…. 가장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두 개의 장르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탄생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혼합의 결과는 꽤 근사해 보인다. 자칫 산만하거나 억지스러울 수 있는 주제를 매우 흥미롭게 엮어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돈은 최악의 군주인가, 최상의 하인인가’라는 테마를 놓고 임영석 시인의 작품 ‘만 원을 바라보며’에 드러난 감성과 전업시인의 고달픈 삶을 입증하는 통계를 대비시킨다. 작품 속 시인에게 만 원은 삶의 표현을 갉아먹는 요물이다. 이는 통계적으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내 예술인들의 평균 수입은 연간 1225만 원, 한 달에 1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시인은 훨씬 적어 30만 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감성적으로 일깨우고 통계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제법 효과적이다.

이런 테마가 20가지 항목에 걸쳐 펼쳐진다. 전·월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커피공화국 등 ‘100분 토론’의 주제가 될 법한 항목 속에 철학적·미학적 의미가 섬세하게 녹아 있다. 네이버에 연재돼 200만 명이 클릭했다고 한다. 308쪽, 1만5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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