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은 대부분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산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말을 하지만 역시 누구나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노후, 좋은 미래를 위해 발을 동동거리며 살아간다. 좋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즐길 여유가 없다. 이런 삶이 과연 행복한가. 이런 삶에 대한 대안은 없는가.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교수이자 일본의 대표적 문화 인류학자 오가와 사야카(小川 さやか)는 이런 질문의 답을 먼 곳에서 찾았다. 떨어져 나와 거리를 두고 볼수록 그 답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찾은 먼 곳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그는 이 연구를 위해 15년 이상 탄자니아 북서부에 위치한 므완자 시의 현지 상인의 장사 관행과 생계 활동, 사회적 관계를 조사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은 므완자 시에서 직접 헌옷 행상을 하며 그곳 삶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고찰했다. 그는 이 연구로 일본의 권위있는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했다. 책은 이 연구의 결과물이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의 시선으로 보면 탄자니아의 도시민들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패배나 낙오에 가깝다. 이들 지역에서 주요 경제활동은 노점상, 영세 자영업자, 일용직 근로자이다. 이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곳 사람들은 직업을 자주 바꾸는 것이 일상적이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일은 일’이라는 말을 곧잘 하는데,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한다’는 뜻이다. 직업의 서열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데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곳 상인들은 각자의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인다. 또 실패하면 다른 사람의 벌이로 먹고살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저자는 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탄자니아 도시민의 모습은 성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각박한 시대 속에서 잊고 지냈던 진정한 삶의 여유와 가치를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며 근면한 노동과 성과주의를 상찬해온 근대 이후 노동관과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일침을 가한다. 각국 정부의 고용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비공식 경제’가 세계 곳곳에 활성화되어 있으며 주류 경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자본주의로 대두되고 있음도 밝힌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와 비슷한 의미로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는 말을 즐겨 쓴다.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여유와 가치가 우리 경제에 똑같이 적용되긴 어렵다 해도,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224쪽, 1만4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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