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그리움은 조개에게 묻고 조갯가루 속에 다시 그 풍경을 담아 광활한 골프장의 여운을 묻혀 본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바다의 그리움은 조개에게 묻고 조갯가루 속에 다시 그 풍경을 담아 광활한 골프장의 여운을 묻혀 본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제주지역 A 골프장은 최근 ‘젊음이 넘치는, 젊은 골퍼를 위한 마케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유는 단 하나.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곳이 바로 골프장이라는 것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골퍼들이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의 패션은 나날이 화려해지고 있다. 과감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30∼40대가 골프 패션을 주도하면서 50∼60대 골퍼들도 덩달아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먹는 음식만큼은 변하지 않고 있다. 골프장을 다녀온 이들은 맛이 없고, 먹을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당연지사다.

지금 국내 골프장은 30∼40대가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골프장 레스토랑 메뉴는 1980∼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우거지갈비탕, 된장찌개가 잘 팔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여전히 50∼60대 골퍼가 주류인 줄로 착각하고 있다.

골퍼 중 1970년대생들의 소비 비중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들을 ‘작은 사치(Small luxury)족’이라고 한다. 20∼40대 젊은 층은 무엇을 소유했느냐보다 얼마나 잘 쓰고 잘 즐기느냐를 더 중시한다. 떡보다는 빵을 즐기고 밥보다는 후식을 더 좋아한다. 프리미엄 커피를 선호하고 마카롱과 마들렌, 컵케이크를 즐긴다. 그러나 골프장 어딜 가도 컵케이크, 마들렌, 마카롱은 찾아보기 힘들다.

20∼40대 젊은 층은 아침과 점심, 저녁보다는 브런치를 더 선호한다. 집보다 차를 먼저 구입하고, 먹는 것에서 작은 사치를 부린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H백화점 지하 식품관은 젊은 층엔 디저트 성지로 불린다.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다. 마카롱과 컵케이크 하나를 5000원 안팎에 팔고 있다. 엄지손가락만 한 마들렌도 3000원이다. 디저트 시장은 2013년 3000억 원 규모였으나 지난해 1조5000억 원으로 커졌다. 반면 국내 골프장 식음료 매출은 무려 40% 이상 줄어들었다. 변화하려 하지 않았고 변화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골퍼들은 SNS를 통해 골프장의 다양한 정보를 교환한다. 특히 먹는 것, 그린피 가격, 이벤트 등을 집중적으로 교환한다.

제주의 A 골프장은 클럽샌드위치를 비롯해 젊은 골퍼가 선호하는 메뉴를 선택했다. 금요일 저녁엔 간단한 맥주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클럽 골프장으로의 변신을 꾀한다. 또 골프패션 감각을 겨룰 수 있도록 드레스코드 라운드도 마련했다. 내장객에게 다양한 상을 제공할 예정이란다.

연습을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을 식혜, 수정과, 쑥떡, 팥빵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무섭게 젊은 골퍼들이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젊은 골퍼들은 커피의 맛과 멋, 디저트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고 한다. 문화의 우아함과 우월성을 즐기는 도회적 대리만족일 것이다. 골프장은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단순히 맛있는 커피만 마시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문화적 우월감, 우아함을 입혀 만족시켜야 한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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