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 부산대 총장

인구절벽 문제가 사회적 이슈를 넘어 국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은 대학을 존폐의 기로로 몰아가고 있다. 2023년 고등학교 졸업생은 39만6000명인데, 대학 진학률이 60%대로 떨어진다면 현재 53만여 명인 대학 진학자는 불과 6년 뒤 23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위기에다, 대학마다 글로벌화를 지향하면서 유학생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복 사태를 접하면서, 현재 중국 유학생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국내 대학들의 유학생 유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올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12만 명이 넘는다. 이 중 중국인 유학생은 6만8000여 명으로 55.1%에 이른다. 전년 57.7%에 비하면 비율은 다소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 1만5000명, 몽골 5400명, 일본 3800명 등 우리나라 유학생 유치는 여전히 아시아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다. 이처럼 특정 국가나 지역에 편중된 유학생 구조는 사드 같은 외교 문제가 돌발했을 때 리스크가 매우 크다.

세계의 언어별 사용 인구는 중국어(10억8000만 명), 스페인어(4억5200만 명), 영어(4억2000만 명), 힌디어(3억7000만 명) 순이다. 중국어 다음으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으며,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22개국 중 스페인과 적도기니를 제외하면 20개국이 중남미에 있다. 따라서 중남미 유학생 유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수학 중인 스페인어 사용 국가 출신의 유학생은 0.5%가 되지 않고, 중남미 출신 유학생도 전체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중남미 국가 유학생 유치에 대한 희망적인 신호는 많다. 가전제품이나 휴대전화,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중남미 시장 점유율은 50∼60%에 달할 만큼 호의적이다. 또, 한국 드라마와 한류 문화의 영향으로 K-뷰티(한국화장품)가 인기를 끌고, 젊은 세대들은 K-팝 음악에 특별한 흥미와 관심을 보인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이 중남미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진출해 있고, 한국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현지 학생도 많다. 거꾸로 중남미 국가 대학들도 한국 대학과의 다양한 교류를 희망하고 있어, 우리가 한국 유학 및 대학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다면 유학생 유치와 다양한 교육 분야 교류도 기대된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지난 7월 3일부터 8월 4일까지 한 달 동안 아프리카·중남미 대학생 초청연수를 한 바 있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학생 40명이 한국의 학문 분야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행사가 끝난 뒤 이들 학생 대부분은 한국의 교육과 유학에 관심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중남미 학생들의 한국 유학에 대한 열망과 가능성을 실제 확인한 셈이다. 또, 지난 2∼3일 이틀간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2017 멕시코 한국유학박람회’에는 부산대 등 6개 대학이 참여했다. 2012년 칠레에 이어 중남미 권역에서는 두 번째로 개최된 한국유학박람회로, 1억2000여만 명 규모의 인구를 가진 멕시코에 대한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양질의 시장을 확보하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면 다른 경쟁자들보다 먼저 판단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최근 인천∼멕시코시티 직항 노선이 개설되는 등 중남미와의 왕래도 한결 쉬워지고 있다.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국가 다양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맞춰 중남미 유학생 유치를 위한 대학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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