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뒤 職 제안했지만
헤일리 “외교 경험 부족” 고사

틸러슨과 트럼프 불화설 돌자
對北제재 시선 끈 유엔대사 주목

미국내 백인우월주의 확산 속
‘인도계’ 걸림돌이자 기회 작용


유엔 외교 무대에서 대북 압박 여론을 주도하며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여전사’ 니키 헤일리(45)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당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이 될 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고사했지만,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주목도가 상승하고 있어 인재난에 빠진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 기용이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콘디’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콘디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 근무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애칭이다.

헤일리 대사는 7일 보도된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정부 인선작업을 벌이던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 국무장관직을 제안받았다”고 공개했다.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였던 헤일리 대사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과 함께 국무장관 후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헤일리 대사는 외교 경험 부족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그는 “나는 상황이 언제 옳고, 언제 그른지를 매우 잘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좋은 사람을 찾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후 다시 국무장관 대신 유엔대사 부임을 제안받았으며, 각료 지위와 국가안보회의(NSC) 멤버 권한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원의원, 주지사 등을 거친 헤일리 대사가 미국을 대표해 유엔 외교 무대를 밟게 됐을 때 그의 우려대로 외교 경험 부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헤일리 대사는 지난 4월의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때 외교관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희생된 어린이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비판 여론을 이끌어내고, 방송 인터뷰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시리아 대통령)가 권좌에 있으면 해결의 선택지가 없다”며 축출론을 펼쳤다.

헤일리 대사의 결단력과 추진력은 대북 제재 추진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그는 “미국은 북한과 무역하는 국가들에 대한 교역을 단절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경고했다. 또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며 군사조치 불사 의지까지 드러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헤일리 대사는 추진력이 대단하다”며 “(화성-14형 발사에 따른 안보리 결의) 2371호를 통과시킬 때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원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6일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데도 틸러슨 장관은 대중의 관심에서 빠지고 헤일리 대사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그의 기용설을 흘렸다.

미국에서 백인우월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란 점은 헤일리 대사에게는 걸림돌인 동시에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본인은 기독교 감리교 신자이지만 부모의 영향으로 인도의 시크교도 신봉한다는 점은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그는 결혼식을 기독교식과 시크교식으로 치렀으며, 감리교와 시크교 예배당을 모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