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녕과 사회 질서 유지의 최일선 기관인 경찰이 과연 공권력이 맞는지조차 의심케 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7일 “경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위한 권고안’의 모든 내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인사들을 포함해 20명으로 지난 6월 16일 공식 출범한 위원회 권고대로 ‘집회·시위의 사소한 흠결에 대해 경찰력 행사를 자제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소한 위법’의 용인(容認)을 예고함으로써 불법(不法 ) 시위를 더 부추긴 것으로, 경찰의 존재 이유부터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무제한은 아니다. 시민 다수의 기본권 침해까지 허용될 순 없다. 그런데도 경찰의 집회·시위 대처에 대한 ‘인권친화적 재편’을 강조한 권고안은 정작 시민 일반의 기본권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시위는 본질적으로 제3자에 대한 일시적 불편이나 생활상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교통 혼잡을 이유로는 집회·시위를 금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 통고뿐 아니라 제한통고나 조건통고 등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평화적인 시위라면 당초 신고한 시간을 넘겨서 계속하더라도 자진 해산조차 요청하지 말라고 했다. 시위대 일부가 신고 지역을 벗어나 시위를 벌여도 방관하게 했다.

공권력 무력화를 자초하는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위 현장에서 불법 행위에 대해 경찰관이 해온 증거 수집 활동도 ‘과격한 폭력 행위 등이 임박했거나 증거 보전 필요성이 현저한 경우’로만 제한했다. 과격성·임박성 등 모호한 기준을 내세워, 극단적이지 않으면 사진·녹화 등 증거가 남지 않으니 웬만한 불법은 처벌을 걱정하지 말라는 것으로 들린다. 차벽 설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살수차(撒水車)도 ‘소요 사태나 핵심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공격 행위 등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것도 땅바닥에서부터 가슴 높이까지만 단계적으로 물을 뿌리는 일만 가능하게 했다. 그런 식으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도심의 무법천지화가 더 빈발하게 마련이다. 이 청장은 지금이라도 법치(法治)를 허물기까지 하는 권고안 전면 수용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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