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형사정책학

온몸이 피범벅인 여중생의 사진이 나라 전체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부산에서 발생한 14세 전후 여중생들의 잔혹한 집단폭행 때문이다. 사전에 모의하고 장소를 물색했으며 소주병과 쇠파이프로 쉴 새 없이 때렸다. 심지어 ‘우리가 보는 앞에서 성관계를 하면 풀어주겠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범죄의 계획성과 잔인함의 측면에서는 대단히 오염된 악성 성인 범죄와 다름없다. 결코, 도덕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함에서 오는 일반적 청소년 비행과는 거리가 먼 행위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 가해자 3명은 14세, 1명은 13세이므로 현행 형법 규정과 소년법 규정에 따라 성인과 똑같은 수준으로 원칙적으로 엄격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 범죄의 경우 피해 청소년이 이 사건처럼 설령 얼굴이 퉁퉁 붓고 시꺼멓게 멍들었더라도 가해 청소년은 형벌 아닌 보호처분을 받아 거리를 활보하면서 생활하는 게 보통이다. 뭔가 공정치 않다는 정서가 팽배할 만하다. 최근 강원도 강릉,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분노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에 대한 처벌 강화 주장으로 이어져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소년보호법 폐지’ 서명이 8일 현재 25만 명을 넘어섰다.

소년법은 10세부터 14세 미만 사이의 촉법(觸法)소년에 대한 보호조치 및 14세부터 19세 미만 범죄소년에 대한 보호조치 또는 형사처벌에 대해 성인 범죄자와 차별화하는 형사특별법이다.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해 수사, 심판, 과형에 있어서 엄격성보다는 선도 위주의 결정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소년범은 아직 불법통찰 능력과 행위조정 능력이 부족하고, 교화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감호위탁에서부터 최장기 2년 이내에 소년원에 보호처분이라든지, 구속은 중대한 사항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다든지, 사형·무기형의 대상인 경우에도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거나, 가석방의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이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해서 형벌보다는 교육과 보호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는 형사정책적 이념이 투영된 법이다.

물론 소년법을 지금과 달리 처벌 강화 쪽으로 개정한다고 해서 모든 청소년 범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괴물로 변했느냐에 대한 진단과 그에 따른 국가 차원의 정책적 대안이 소년법에 대한 개정보다 더 근본적인 대안이다. 이것은 이것대로 정책 어젠다로 설정,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나이 때문에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형별을 원천적으로 부과하지 못하는 법 제도는 우선 시급히 바꿔야 한다. 현재 잔인하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처벌이 약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범행 전후에 활용할 정도로 성숙해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면벌부를 받아선 안 된다. 원칙적 처벌이 있어야 한다.

사실 14세 미만이 형사미성년자로 규정된 것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의 기준이다. 이후 경제적 성장과 보편적 교육의 확대, 그리고 특히 인터넷 매체의 발달은 청소년의 육체적 성숙뿐만 아니라 정신적 발달 등 성숙 과정을 앞당겼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대에 맞게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12세 미만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살인·약취·유인·인신매매 등 특정강력범죄와 이번 사건처럼 특수 상해 같은 잔인한 죄를 범한 청소년에 대해서는 소년법에서 허용하는 특칙 조항을 모두 배제하는 쪽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형사 정의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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