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안보 대응 조치의 하나로 경북 성주 사드(THAAD) 발사대 6기와 레이더 보완시설 등 핵심 장비들의 배치작업이 7일 사실상 완료됐다. 지난해 7월 8일 한·미 간 사드 배치 결정이 공식 발표된 이후 426일 만에 어렵게 일단락된 셈이다. 이번에 배치 완료된 사드는 현존하는 최상의 미사일방어(MD) 체제로 평가된다. 전임 정부에서 2기가 배치된 이후 문재인 정부는 나머지 발사대 4기의 배치를 둘러싸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내세워 전략적 모호성을 앞세웠다. 그러다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나머지 발사대의 배치를 전격 결정한 뒤 이날 끝냈다.

지난 14개월에 걸쳐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국민은 심각한 분열과 혼란을 겪어야 했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대립적 입장이 팽팽한 세(勢) 대결을 하는 동안 대한민국은 심각할 정도로 법(法)질서의 부재를 경험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최고의 가치를 지향하는 나라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되, 집단적 개념으로서 국민 역시 함께 공존하는 생활 공간이다. 개인과 집단, 그리고 국민 전체가 특정 사안을 둘러싸고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 심각한 갈등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갈등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이다. 갈등이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환영받을 수도 없다.

사드 배치는 집단으로서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의 안위를 담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북한의 끊임없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대한민국 국민의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이다. 그런데도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국론과 집단의 분열 현상은 이전에 보았던 유감스러웠던 현상들, 예를 들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밀양 송전탑 설치, 사패산·천성산 터널 반대 사건 등과 유사한 성격을 보인다. 갈등은 법에 근거한 적절한 협상과 합의 과정, 심지어 구성원 전체의 의사표시인 선거 등으로 해결될 수 있다.

법질서가 붕괴되거나 깨어지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무질서 속에서는 개인의 희망 성취가 불가능하고, 개개인의 정당한 능력 발휘가 저해된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들이 타인과 다른 집단의 의사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주장한다면, 해당 사회의 장래는 매우 어둡다.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 반미·종북 세력의 확장, 근거 없는 괴담 등은 건전한 사회나 국가를 어렵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법질서를 부인하거나, 법적·사회적 질서의 파괴는 구성원 모두의 안위를 어렵게 하는 일차적 사안이다.

심각한 생존 위협이라고 판단한 나머지, 주민들의 자체 검문 행위는 전형적인 님비(NIMBY) 현상 중 하나다. 나아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개념에도 합치하지 않는다. 팔짱을 끼고 있는 듯한 경찰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처음에는 결연했지만, 나중에 솔직한 자기 고백과 인정이 결여된 현상은 매우 안타까운 사회 현실이기도 하다.

건전한 사회계약 정신, 법 규정, 선거를 통한 다수 진영에 소수 진영이 승복하는 자세 등이 혼란한 사회로부터 안정되고 꾸준히 발전하는 초석이 된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 가까스로 실행된 성주 사드 배치는 개개인과 소수에 대한 다수의 진정한 배려 그리고 정당하고 투명한 결정 절차의 확립 필요성을 한층 더 일깨워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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