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발표한 2018년 예산안과 관련, 사람 중심으로 작성돼 국민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총지출은 2017년보다 28조4000억 원 증가한 429조 원이다. 이 중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액은 146조2000억 원인데, 증액 규모는 총지출 증가분의 59%인 16조7000억 원이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액은 올해보다 4조4000억 원 줄었다. 전형적인 저성장 예산안이다.
1960년대 이후 30년간 우리나라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고도성장을 경험했다.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투자했다.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 철도망 건설 등으로 SOC를 확충해 왔다. 원전(原電)을 건설하고 산업 발전을 독려했다. 1990년 이후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정부가 앞장서서 소비가 미덕이라고 홍보했다. 노동쟁의는 정치투쟁으로 변질됐다. 문재인 정권은 에너지 비용을 증가시키고,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통신비 규제로 통신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영업시간 규제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유통산업에 충격을 주고 있다. 통상임금으로 자동차 산업을 흔들고, 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SOC 예산을 줄인 선심성 복지 예산안을 들고 나왔다. 세금 올리는 방안까지도 포함됐다. 세계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침체가 우려된다.
이번 예산안은 조지 오웰의 ‘1984년’을 연상시킨다. 마치 소설 속의 ‘진리부’와 ‘풍요부’가 이번 예산안을 작성한 것처럼 보인다. ‘사람 중심’이라는 말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예산이 줄어든 SOC 투자도 문화·체육·관광 분야도 사람을 위한 일이다. 그렇다면 ‘사람 중심’은 어디에서 온 말인가.
예산안에서는 보조금과 급여 인상, 생활비 경감이 투자로 분류된다. 이러한 항목들은 이전지출이다. 투자의 개념조차 혼란스럽다. 더욱이 이전지출의 증가는 성장을 저해한다. 입증된 사실이다.
이제 예산안은 국회의 심의로 넘어갔다. 국회가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 우선, 왜곡된 언어를 걷어 내고 예산안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각종 수당 지급에 대한 적정성도 검토해야 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대해 국가 지원을 확대했다면 취학 아동 수 감소에 따라 줄어든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국회는 불요불급한 선심성 예산을 삭감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SOC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SOC 예산 감축은 지역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연 SOC 투자가 감축돼야 하는가. 한국은행이 계산한 자본의 한계생산성은 2013년 기준 0.12이다. 장기적으로 국민의 삶을 최대한 풍요롭게 만드는 수준보다 높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SOC 사업에서 중복 투자는 제거하고 비효율적 투자는 재점검해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동시에 미래를 위한 SOC 투자는 더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기반시설 정비, 재해 방지를 위한 투자,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언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위험 시설의 정비 등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SOC 투자는 얼마든지 있다. 이번 SOC 투자액 삭감으로 노후한 지하철 차량도 교체하지 못한다고 한다. 고장으로 서민들의 발이 묶이고, 화재 위험으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언어의 유희로는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없다. 더 나은 국가 미래를 위해 국회의 SOC 예산안 시정(是正)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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