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 ‘넓이와 깊이’ 펴내

“저는 어쩌다 새벽 두세 시쯤 잠이 깨면 실존적 공허함에 사로잡혀 끝 모를 깊은 구멍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명상이 큰 힘이 되지요.”

치유명상과 상담심리학 전문가인 윤종모(사진) 대한성공회 주교가 그동안 명상을 지도하며 정리해온 경험과 글을 ‘넓이와 깊이:성장과 치유의 명상’(심상코출판사)이란 책으로 펴냈다. 사람들과 ‘수다’를 즐기며 늘 낙천적인 윤 주교는 12일 만났을 때 자신 역시 ‘실존적 공허함’에 빠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인간은 누구나 실존적 공허함이 있어요. 특히 깊은 밤에 의식이 가라앉고 무의식이 올라오면 느끼는 경우가 많지요.”

내년에 칠순(七旬)인 윤 주교는 요즘 ‘자서전’을 쓰고 있다. “자서전이라기보다는 그저 내 삶을 돌아볼 때가 됐다고 생각해 정리를 하고 있어요. 어릴 적 알코올의존자였던 아버지의 기억을 쓰던 중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져서 글을 멈추고 왔다 갔다 하게 되더군요. 그런 어릴 적 트라우마가 여전히 나에게 공허감을 주는구나, 하는 걸 보게 되지요.”

그는 “왜 낮 동안은 명랑하다가 밤에 잠에서 깨면 이런 공허함에 사로잡혀 몸을 떨고 있는가? 과거의 어떤 트라우마 때문일까? 나의 무의식에 무엇이 있는가? 이런 공허함이 모두 명상의 중요한 주제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명상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무의식과 만나는 건강한 방법이며, 그래서 자기를 알수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고 설명했다.

윤 주교는 연세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앨버타대 등에서 신학, 문학, 상담학을 공부한 뒤 성공회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 회장을 지내며 여러 기관에서 상담과 자녀교육, 명상, 정신건강에 대하여 강의해 왔다. 대한성공회 관구장을 지낸 종교인이지만 명상에서는 기독교는 물론 불교, 유교, 현대심리학 등을 넘나들며 자유자재하다. ‘높은’ 수준보다는 ‘바른’ 깨달음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위한 치유명상을 중시한다.

이번에 펴낸 ‘넓이와 깊이’는 문화일보에 인터뷰로 연재했던 명상의 기초부터 분노, 우울, 공허 등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에 대한 치유명상, 명상과 영성, 명상 실습과 명상 노트 등을 담고 있다. 윤 주교는 “이번 책에서 이전에 쓴 ‘치유명상’‘마음 디자인’ 등의 내용이 인용되긴 하지만, 명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명상의 실제를 새로운 느낌을 갖도록 다루었다”며 “초보자나 오랜 수행을 한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식으로 썼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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