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4개국중 한국만 금지美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제도적으로 사설탐정 활동이 사실상 금지된 곳은 한국뿐이다.

정수상 대한공인탐정연합회 회장은 “탐정들의 불법적인 활동을 막을 수 있는 관련 법규는 이미 정비되어 있다”며 “현재 신용정보법 등으로 탐정 활동을 막는 건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고 해외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설탐정 제도가 정식으로 도입된 건 미국이 처음이다. 미국은 1850년 탐정을 합법화했다. 현재 5만5000여 명이 미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탐정들은 불륜이나 개인 조사 같은 활동보다 은닉재산을 찾거나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보다 전문화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4년에는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의뢰를 받아 미국 연방수사국(FBI) 출신 탐정들이 팀을 꾸려 가짜 비아그라를 제작 유통한 조직을 추적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또 1850년대 세워진 ‘핑커턴’, 뉴욕 맨해튼의 검사 출신 탐정이 세운 ‘크롤’ 등은 회계사, 보안 전문가, 부동산 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을 고용해 활동하는 국제적인 탐정 회사로 꼽힌다.

아서 코넌 도일이 만들어낸 명탐정 ‘셜록 홈스’가 활동한 영국에선 1748년부터 탐정 기관이 들어선 이래 1만7000여 명의 탐정들이 활동하고 있다. 2001년 탐정 제도가 포함된 ‘민간경비산업법’이 제정돼 국가에서 탐정 활동에 대해 관리 감독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소송 중인 개인이나 기업 등이 사실 조사를 위해 탐정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관리 감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탐정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의 탐정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대중문화까지 파고들어 일반 시민들에게 낯설지 않은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탐정 문화는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주류로 여겨진다. 미궁에 빠진 사건을 치밀한 추리로 풀어헤치는 탐정은 만화, 소설, 영화 등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에선 기업형 사무소나 개인 사무실을 개업해 탐정들이 활동한다. 일본의 탐정은 우리나라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경시청에서 관리한다. 다만 한국 경찰청이 탐정 제도 도입을 수사국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경시청의 생활안전국에서 탐정 관리를 맡는다. 탐정의 역할이 형사 사건을 수사하는 일은 거의 없다. 민간 영역의 각종 의뢰를 전담하기 때문이다. 또 전국에 걸쳐 지부를 둔 각종 탐정 관련 협회가 경시청과 함께 자체적으로 탐정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탐정의 숫자는 약 6만 명. 이들이 벌이는 탐정 활동은 매년 25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탐정이 의뢰인에게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비밀 유지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 등을 관리하기 위해 관련법을 정비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국제적 탐정 회사들은 한국에 컨설팅이나 리서치 명목으로 지사를 꾸리고 탐정 활동을 하고 있다”며 “한국인은 한국에서 탐정이 될 수 없고, 외국인은 가능한 웃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