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교사 불인정
검찰 “수긍 못해”부글부글
하성용 前사장 수사 난항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직원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또다시 기각되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수사 단계에서 증거 인멸 우려를 구속의 주된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영장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법원을 비판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판사는 박모 KAI 고정익개발사업 관리실장(상무)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전날 밤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법원의 구속영장심사에 대한 항의 입장문을 밝힌 뒤 불거진 검·법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하성용 전 사장을 향하던 KAI 수사는 난항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증거 인멸과 관련, 법원이 지나치게 법리를 좁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박 씨는 자신이 직접 혐의와 직결되는 서류를 골라 직무상 상하 관계를 악용해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부하 직원에게 중요 서류를 파쇄하도록 교사한 것”이라며 “검찰 진술에서도 본인들이 처벌받을 것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진술한 비(非)회계부서 직원의 처벌 가능성을 이유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판사가 기각사유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증거 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11일 박 씨가 회계 분식과 관련한 중요 증거를 골라내 부하 직원들에게 이를 파쇄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변조할 때만 처벌한다. 하지만 자기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라 하더라도 타인에게 인멸을 교사했을 경우 증거인멸교사죄는 인정하는 게 대법원 판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영장기각 사유처럼 하면 증거 인멸 범죄는 처벌 가능한 것이 거의 없다”며 “기업범죄에서 경영진이 실무자에게 회사 서류 파기를 지시해도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로펌 변호사도 “증거인멸 우려나 교사 정황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씨가 파쇄를 지시한 자료에는 하성용 전 사장 등에게 보고한 문건, 검찰이 자료를 건네받아 들여다보기 시작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등 대형무기 개발사업의 매출을 부풀린 정황과 관련된 자료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기·이정우 기자 mingming@munhwa.com
검찰 “수긍 못해”부글부글
하성용 前사장 수사 난항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직원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또다시 기각되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수사 단계에서 증거 인멸 우려를 구속의 주된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영장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법원을 비판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판사는 박모 KAI 고정익개발사업 관리실장(상무)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전날 밤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법원의 구속영장심사에 대한 항의 입장문을 밝힌 뒤 불거진 검·법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하성용 전 사장을 향하던 KAI 수사는 난항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증거 인멸과 관련, 법원이 지나치게 법리를 좁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날 “박 씨는 자신이 직접 혐의와 직결되는 서류를 골라 직무상 상하 관계를 악용해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부하 직원에게 중요 서류를 파쇄하도록 교사한 것”이라며 “검찰 진술에서도 본인들이 처벌받을 것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진술한 비(非)회계부서 직원의 처벌 가능성을 이유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판사가 기각사유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증거 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11일 박 씨가 회계 분식과 관련한 중요 증거를 골라내 부하 직원들에게 이를 파쇄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변조할 때만 처벌한다. 하지만 자기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라 하더라도 타인에게 인멸을 교사했을 경우 증거인멸교사죄는 인정하는 게 대법원 판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영장기각 사유처럼 하면 증거 인멸 범죄는 처벌 가능한 것이 거의 없다”며 “기업범죄에서 경영진이 실무자에게 회사 서류 파기를 지시해도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로펌 변호사도 “증거인멸 우려나 교사 정황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씨가 파쇄를 지시한 자료에는 하성용 전 사장 등에게 보고한 문건, 검찰이 자료를 건네받아 들여다보기 시작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등 대형무기 개발사업의 매출을 부풀린 정황과 관련된 자료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기·이정우 기자 mingming@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