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 조대호·김응빈 등 지음 / 아르테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 인간의 근본을 묻는 질문들은 현대인들에게 사치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생명은 무엇이고, 무엇으로부터 오는가’와 같이 고대부터 내려져 왔지만 그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일수록 그렇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피조물인 인류 스스로가 ‘창조자’가 되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는 이때야말로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이 필요한지 모른다. 인간이 생명체의 주요 구성 정보를 분석·조작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와서야 생명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되돌아보고,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해서야 둘을 구분하는 생명체의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는 셈이다.

연세대 교수인 책의 저자들은 철학, 문학, 생물학이 각기 수천 년간 생명에 대해 탐구해왔지만 어느 하나의 관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생명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들 세 분야의 고수가 서로 넘나들고 통섭하는 방식의 ‘코티칭(Co-teaching)’으로 학생들과 답을 찾아 나가는 노력을 해 온 것은 이 때문이다. 책은 지난 7년간 저자들이 ‘위대한 유산’이라는 이름의 교양강의를 통해 논의하고 토론해왔던 것들을 한 권으로 정리한 것이다. 책에서는 생명의 신비를 영혼의 존재를 통해 이해하려 했던 고대와 기독교 신학에 의지해 생명체의 질서를 규정하고 해명했던 중세를 지나 진화와 유전자를 통해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현대까지의 이야기가 세 교수의 입을 통해 펼쳐진다.

시대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생명에 대한 정의는 생명계의 질서에 대한 생각의 분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러 생명체가 공통의 원천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생각하는 진화론적 세계관, 일명 ‘생명의 나무’와 생명체들이 시간과 관계없이 고등, 하등 등 단계별로 구분된다는 기독교적 세계관 ‘자연의 사다리’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서로 다른 개념을 가졌던 이들은 생명계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도 전혀 다르게 봤다. 전자의 경우 한 뿌리에서 나온 모든 생명체에는 결국 본질적인 차이점이 없으므로 인간과 동물 사이도 마찬가지라고 보는 반면, 후자는 인간은 모든 동물들과 구별되고 모든 생명체 위에 있다고 인식했다.

책은 생명 존재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은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어떠해야 하는지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책의 저자들과 함께 인간의 본질을 찾고 그 ‘위대한 유산’을 이어갈 수 있을지 찾는 과정에 동참하기를 권한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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