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를 탄생시킨 주역인 김병헌(79) 단장은 원주 음악계의 산증인이다.
경기 가평 출신인 김 단장은 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하고 지난 1965년 고향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강원도로 전입한 김 단장은 1971년부터 원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2002년 원주정보공고 교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교단을 떠났어도 여전히 40년 넘게 지내 온 제2의 고향인 원주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음악 교사로 재직시절, 김 단장은 원주는 물론 강원도 음악 발전을 위해 큰 족적을 남겼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원주 출신의 수많은 음악가가 학창시절 김 단장의 지도를 받았으며, 지역에 많은 음악 단체 창단을 주도해 원주시를 음악의 도시로 가꾸는 데 헌신해왔다. 김 단장은 교사 시절 재직하는 학교에 잇따라 교향악단을 만들었다. 1984년 원주 청소년교향악단을 시작으로 1996년 치악중 관현악단, 2000년 원주정보공고 취타대 및 마칭밴드, 2002년 원주청소년관악합주단을 창단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음악계에도 관심을 기울여 1997년에는 원주시립교향악단을 탄생시켰다.
김 단장은 “지역에 관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재양성이 급선무였다”며 “악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학교와 지역에 교향악단을 창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지역에 음대가 없어 악기를 배우는 인재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타 지역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역 대학에서 관심을 갖고 음대 설립 문제를 검토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학생들에게 관악을 가르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악기를 배우고 싶은 학생이 있어도 부모들이 반대하고, 어렵게 악기를 가르쳐도 고학년이 되면 공부하라며 못하게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007년 김 단장의 제자들은 스승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음악회를 마련했다. 원주치악예술관에서 칠순을 맞은 김 단장을 위한 사은 음악회를 연 제자들은 클라리넷 앙상블 등을 공연했으며, 교직 생활 마지막을 함께 한 원주정보공고 학생들은 마칭밴드를 펼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단장은 “제자들이 마련해준 연주회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현직에서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의 도움과 보살핌 덕분에 여전히 음악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했던 김 단장은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실버악단 창단을 제의하자 망설임 없이 나섰다. 은퇴자들과 음악을 즐기며 봉사활동도 같이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실력을 인정받아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고 있다. 2008년 허리 디스크로 대수술을 받은 김 단장은 지금도 몸이 불편하지만 원주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를 여전히 이끌고 있다. 김 단장은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지 10년이 넘으면서 단원들도 점점 나이가 많아져 악기를 다루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그래도 음악이 좋아서 모인 단원들이기 때문에 서로 응원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백오인 기자 105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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