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서있는 사람) 원주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 단장이 지난 2015년 10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현지 어린이들에게 악기 연주법을 가르치고 있다.  원주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 제공
김병헌(서있는 사람) 원주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 단장이 지난 2015년 10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현지 어린이들에게 악기 연주법을 가르치고 있다. 원주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 제공
‘탄생 주역’ 김병헌 단장

원주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를 탄생시킨 주역인 김병헌(79) 단장은 원주 음악계의 산증인이다.

경기 가평 출신인 김 단장은 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하고 지난 1965년 고향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강원도로 전입한 김 단장은 1971년부터 원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2002년 원주정보공고 교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교단을 떠났어도 여전히 40년 넘게 지내 온 제2의 고향인 원주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음악 교사로 재직시절, 김 단장은 원주는 물론 강원도 음악 발전을 위해 큰 족적을 남겼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원주 출신의 수많은 음악가가 학창시절 김 단장의 지도를 받았으며, 지역에 많은 음악 단체 창단을 주도해 원주시를 음악의 도시로 가꾸는 데 헌신해왔다. 김 단장은 교사 시절 재직하는 학교에 잇따라 교향악단을 만들었다. 1984년 원주 청소년교향악단을 시작으로 1996년 치악중 관현악단, 2000년 원주정보공고 취타대 및 마칭밴드, 2002년 원주청소년관악합주단을 창단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음악계에도 관심을 기울여 1997년에는 원주시립교향악단을 탄생시켰다.

김 단장은 “지역에 관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재양성이 급선무였다”며 “악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학교와 지역에 교향악단을 창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지역에 음대가 없어 악기를 배우는 인재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타 지역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역 대학에서 관심을 갖고 음대 설립 문제를 검토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학생들에게 관악을 가르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악기를 배우고 싶은 학생이 있어도 부모들이 반대하고, 어렵게 악기를 가르쳐도 고학년이 되면 공부하라며 못하게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007년 김 단장의 제자들은 스승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음악회를 마련했다. 원주치악예술관에서 칠순을 맞은 김 단장을 위한 사은 음악회를 연 제자들은 클라리넷 앙상블 등을 공연했으며, 교직 생활 마지막을 함께 한 원주정보공고 학생들은 마칭밴드를 펼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단장은 “제자들이 마련해준 연주회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현직에서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의 도움과 보살핌 덕분에 여전히 음악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했던 김 단장은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실버악단 창단을 제의하자 망설임 없이 나섰다. 은퇴자들과 음악을 즐기며 봉사활동도 같이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실력을 인정받아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고 있다. 2008년 허리 디스크로 대수술을 받은 김 단장은 지금도 몸이 불편하지만 원주 실버 윈드 오케스트라를 여전히 이끌고 있다. 김 단장은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지 10년이 넘으면서 단원들도 점점 나이가 많아져 악기를 다루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그래도 음악이 좋아서 모인 단원들이기 때문에 서로 응원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백오인 기자 105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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