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北 ‘괌 겨냥 도발’ 의도
안보리결의안 통과 사흘만에
국제사회 제재 미사일로 반발
정부 ‘인도지원 검토’ 다음날
대화제의한 南은 철저히 배제
제재 본격화前 ‘核무장’ 완성
지속적 도발로 北美대화 압박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만장일치 대북 제재안이 통과된 지 사흘 만에 또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체제를 강력하게 결속하고, 중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북·미 대화를 압박하며, 일본 영공을 가로지르는 정교한 공격 능력으로 일본을 겁주고, 대화 제의를 한 한국을 무시하는 다목적 카드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15일의 도발을 포함해 지난 한 달간 4차례,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11차례의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도발 횟수가 많아지고 주기도 빨라졌다. 이는 올해를 기점으로 핵·미사일 기술을 완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북한은 비행 거리 3700㎞가량의 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쏘아 올려 평양으로부터 3350㎞ 떨어진 미국 괌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표면적으론 안보리 제재와 한·미 군사 훈련에 대한 항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정교화하는 과정”이라며 “8월 감행한 화성-12형의 시험 발사로는 탄착 지점 등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추가 실험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조만간 또 다른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시험 발사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기술은 대체로 완성했다고 평가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완성을 위한 정상각도 발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 역시 “추가 도발을 계속한 뒤 내년 정권 수립일 70주년에 핵보유국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도발은 또 미국 주도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제재를 통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유엔 결의와는 별도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과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 독자 제재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발표한 뒤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인도적 지원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우리 정부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남한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의사도 다시 한 번 표출했다.
유엔 제재로 북한 경제가 악화하기 전에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성시켜 공식 핵무장 선언을 예비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지난 12일의 유엔 결의안(2375호) 채택과 관련해 북한 외무성은 “제재 결의를 전면 배격한다”며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변함 없이 더 빨리 가야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이 제재를 못 견디겠다고 생각할수록 제재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전에 핵·미사일 기술을 완성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고, 도발 주기는 더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핵·미사일 도발은 국제적 고립에 놓인 북한이 내부결속을 다지는 유용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북한은 6차 핵실험 직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성대한 연회를 개최하고, 전국 각지에서 핵·미사일 실험 성공을 축하하는 주민 동원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영주·김유진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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