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제소방침 산업부 제동
오락가락 행보에 혼란 부추겨


정부의 ‘오락가락’ 통상 대응으로 중국 진출 국내 기업의 피해가 늘어만 가고 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은 없다고 공식화한 후 오히려 보복이 눈에 띄게 늘고 있음에도 정부는 직접 행동은 고사하고 청와대와 통상당국의 의견 상충까지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와 통상당국이 사드 보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을 포함한 통상 문제에 대해 일관성없이 ‘말 잔치’만 하고 있는 셈이다.

15일 통상당국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WTO 제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 당국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같은 날 열린 ‘제13차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도 산업부는 중국에 사드 보복 중단을 요구하며 국제규범 위반 소지가 있는 조치들에 대해서는 WTO 제소 등 통상법적 대응도 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나타냈다.

하지만 14일 청와대는 “(사드 보복 문제는) 한·중 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해결해 나간다”라는 말로 ‘WTO에 제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전날 김 본부장의 발언과는 완전히 정반대 입장이다. 특히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의 ‘사드 엑소더스’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모습이다.

산업부 내부에서도 청와대의 발표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외교·안보 문제로 촉발된 사드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산업부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김 본부장 취임 후 한·미 FTA 재개정 협상 문제 등을 포함해 우리의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자는 기조로 전환됐다.

김 본부장의 “당당하게”라는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중국에 대한 김 본부장의 ‘WTO 제소 발언’ 역시 직접 행동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힘을 빌려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압박의 효과가 청와대의 한가한(?) 입장 발표로 단번에 사라져버렸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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