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중국 내 롯데마트 철수를 결정한 14일 베이징 차오양구 롯데마트 왕징점은 신선상품 매대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영업을 했지만 중국 당국의 사드 주한미군 배치 경제적 보복 조장으로 중국인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이 중국 내 롯데마트 철수를 결정한 14일 베이징 차오양구 롯데마트 왕징점은 신선상품 매대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영업을 했지만 중국 당국의 사드 주한미군 배치 경제적 보복 조장으로 중국인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④ 커지는 대외리스크

中 진출 기업 현장 가보니…

롯데마트 6개월째 영업 못해
식품 코너 불 꺼진채 문 닫혀
장보러 오는 손님 거의 없어

현대차는 생산중단·재개 반복
판매·정비대리점 등 실적‘뚝’
베이징 거주 한인 숫자도 급감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에 ‘미운털’이 박힌 롯데마트는 더 버티지 못하고 결국 14일 중국 마트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날 오후 찾아간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 지역의 롯데마트는 겉보기에는 ‘정상영업’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마디로 텅 비어 있었다. 사드 여파를 맞기 몇 달 전 리모델링한 깔끔한 인테리어가 무색하게 입구의 엘리베이터는 고장 나 막혀 있었고, 내부는 손님과 물건이 거의 없어 휑하고 조용했다. 육류와 생선류, 우유 등 신선식품 코너와 제빵 코너는 아예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저녁을 앞두고 장을 보는 사람들이 있을 법한 오후 5시를 전후한 시간이었지만 매장은 직원들이 속닥거리는 소리 외에는 적막했다. 보존 기간이 긴 쌀이나 과자류, 라면류 및 생수는 매대에 놓여 있었지만 맨 앞 한 줄만 간신히 차지했을 뿐 안쪽은 텅 비어 있었다. 직원들도 멍한 표정으로 보기 드문 ‘손님’을 바라보며 잡담을 나눌 뿐이었다. 얼마 전 이곳을 찾았을 때 적극 제지하던 것과 달리 사진 찍는 것도 막지 않았다.

이날 베이징 남부 펑타이(豊臺)구 자오먼둥(角門東) 지하철 출구에 바로 붙어 있는 롯데마트 양차오(洋校)점. 지난 3월 13일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뒤부터 붙여 놓은 공고문이 먼지가 묻고 얼룩이 진 채 굳게 잠긴 문 앞에 그대로 있었다. 마트 1층에 입점돼 있던 KFC도 문을 닫은 채 방치돼 있었다. 마트 앞 마당에 있는 작은 노점상들은 파리를 날리며 영업을 하고 있었다. 롯데마트의 매각 결정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었지만 상인들은 “(롯데마트는) 아마 영영 못 열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내 롯데마트 99개 점 중 87개 점이 지난 3월부터 소방법 위반 등에 따라 영업정지를 받은 후 6개월째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더라도 실제로 정상 영업을 하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올 2분기 중국 롯데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2840억 원의 10분의 1 수준인 210억 원으로 급감했다.

13일 베이징 동북부 순이(順義)구의 베이징현대자동차 공장은 적막이 감돌았다. 공장은 가동이 재개됐지만, 일부 라인만 돌아가고 생산 재개와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공장 앞에서 사진을 찍자 경비원이 다가와 찍지 말라고 저지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순이구에 위치한 판매·부품·정비 대리점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기자가 들어가서 기웃거려도 판매원들은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리점 관계자는 “올해 3, 4월부터 실적이 참담한 수준”이라면서 “가격을 대폭 할인해 팔고 있으나 판매는 급감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중국 언론은 사드 추가 배치에 따라 최근 베이징자동차와의 합작 파기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현대차를 공격하고 나섰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악의적 보도”라면서 “합작 파기는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이 반 토막이 난 데다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 및 부품업체들과의 갈등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수렁에 빠졌다.

롯데뿐 아니라 국내 할인 매장으로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도 20년 만에 중국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한국 대기업의 본부가 밀집한 베이징에서는 사업 철수 및 인력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면서 베이징 거주 한인들의 숫자도 급감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사드 영향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와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위협을 받아 오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거나 더욱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이제 중국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전했다.

베이징=글·사진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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