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은 폭발의 강도(强度)나 과거 다른 나라 사례에 비춰볼 때 핵무기 완성 단계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원유 제한을 처음으로 포함시킨 결의안 제2375호를 채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북한 정권 역시 김정일 시대의 ‘핵무기는 체제 유지를 위한 자위적 수단’이라던 입장에서 벗어나 ‘적화통일을 위한 최고의 무기’로 입장을 바꿨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보면 허풍만은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새로운 상황 판단에 입각해 새로운 대응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이 북한 핵무기의 ‘목적’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개발은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방미 직전엔 “북 핵·미사일은 뻥”이라는 얘기도 했다. “북핵은 협상용”이라던 10여 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북핵 문제는 간단하다”면서 “미·북 수교가 해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체제 보장이 이뤄졌다고 보고 핵 폐기를 수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이젠 핵무기가 적화통일의 수단임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조국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 체제안정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으며, 북한 당국은 “핵과 미사일은 조국 통일을 앞당기는 만능열쇠”라는 강연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 같은 인식은 북한의 핵 개발 초보 단계이던 10여 년 전에는 논쟁의 여지라도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는 성립될 수 없다. 북한은 핵 동결을 조건으로 미군 철수부터 관철하려 할 것이다. 박봉주 북한 총리는 지난 6일 핵실험 경축집회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 해체 시도는 기본이고 한국 내 친북 정권 수립 등을 위한 교묘한 요구가 쏟아질 것이다.

공교롭게도 미국 역시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이 핵무기를 체제 보장을 넘어서 한·미 동맹 파기 수단으로 쓰려 한다고 결론 내렸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한국을 버리도록 유도해 잠재적으로 2차 한국전쟁의 길을 닦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안보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다. 문 정부는 북핵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안보를 허무는 역사적 오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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