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해고 간소화다. 근로자가 해고 결정에 불복해 재판에서 이길 경우 고용주가 지불해야 하는 위로금의 액수를 재직기간 2년당 3개월치 봉급으로 제한한다. 대기업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영업실적이 나빠야 대량해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앤다. 노조의 권한을 축소하고, 산별이 아닌 개별기업에서도 단체협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노동개혁은 투자은행 출신이며 경제 장관을 지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다. 그는 대선 때 프랑스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서 실업률은 낮추고 성장률은 올리겠다고 유권자에게 약속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따라서 노동개혁은 마크롱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정책이다. 그에겐 다행하게도 현재 의회 내에서 집권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거대 여당은 행정명령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일종의 전권을 부여했다. 비록 프랑스 제2의 노조인 급진적 노동총연맹(CGT)이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만, 최대 노조인 온건한 민주노동총연맹(CFDT)이 개혁안 작성에 참여했고, 찬동하고 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10%로, 유럽 평균 9%보다 약간 높지만 독일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 독일 수준의 경제 활성화에 이르려면 강력한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노동시장이 경직된 나라에 속한다. 물론 직종에 따라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간의 비교 관점에서 보면 정규직에 대한 보장은 약하지만, 임시직에 대한 보장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임시직의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 전환 비율도 낮다.
해고비용은 고용비용과 같아서, 해고를 어렵게 하면 고용도 어렵게 된다. 노동시장이 유연하면 경기가 나빠질 경우 쉽게 해고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경직되면 경기가 좋아져도 고용을 꺼리게 된다. 이처럼 고용과 해고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노동정책만으로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지속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기업이 해고보다 고용을 꾸준히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한 이유다.
오늘날 유럽인들은 개혁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에게 노동개혁은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고, 연금개혁은 연금액을 줄이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전후 급속한 성장 시기에 노동과 복지 등의 분야에서 선심성 정책을 남발했다. 인기 영합에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없었다. 그 대가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럽에서는 지루한 개혁 논의를 해오고 있다. 프랑스의 역대 정부는 과도한 노동 규제를 완화하려 시도했고, 노조의 반대로 개혁안이 무산되거나 유명무실해졌다. 과도한 권리는 한번 기득권이 되면 되돌리기 힘든 것이다.
프랑스 마크롱의 노동개혁은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우리 사회가 유럽을 따라가야 한다는 맹목적인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 유럽 모델은 너무 앞서간 나머지 되돌아오기 위해 수십 년째 개혁의 몸부림을 치는 후유증을 안고 있다. 둘째,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유럽 모델은 산업화 시대에 형성됐고, 오늘날 우리는 탈(脫)산업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진행되고 있는 4차산업 시대의 노동시장은 경직성과 유연성 논쟁을 뛰어넘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