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할 만한 정책없이 강요만
개편방안 실효성 없고 부담돼


정부가 기업들이 신뢰할 만한 산업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국내 복귀만을 종용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정책적인 고려 없이 기업들에 복귀를 강요하는 모양새여서 ‘과연 이번 정부가 산업 정책에 관심이라도 있나’라는 의문이 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8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로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다시 복귀하는 ‘유턴’ 활성화를 위해 ‘투자유치제도 종합개편방안’을 연말까지 내놓기로 했다. 고부가가치 업종의 국내 복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현재 완전청산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유턴 기업 지원법을 고용창출 가능한 대기업 중심으로 바꾸는 것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을 주로 하는 대기업들은 높은 인건비와 지대, 각종 규제를 피하거나 현지 수출 시장 확보 등을 이유로 해외에 공장을 지어 생산기지화했다.

정부는 이런 대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한다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아래 해외 현장 방문 조사를 하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삼성전자 베트남 현지법인을 찾아 국내 복귀가 가능한지 조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장 전체가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핵심기술 부분 등 일부 주요 파트를 생산하거나 연구하는 분야는 해외보다 국내가 더 적합할 것”이라며 “이런 ‘부분 복귀’가 가능한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해 산업계는 한숨만 쉬고 있다.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을 정부가 나서서 조성하고 있으면서 아주 미미한 당근만을 제시하는 유턴 정책을 펴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란 의미다. ‘친(親)기업’을 표방한 박근혜 정부에서도 기업 유턴 정책을 폈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규제 폐지 등이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제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새 정부 출범 후 여당은 법인세 및 최저임금 인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고용확대 압박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만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업부의 업무보고 및 내년도 예산편성 등의 과정에서 산업 분야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핵심정책토의에서 산업부는 산업 분야를 제외하고 에너지·통상 분야만을 주요 정책으로 언급했다. 산업부 내부에서조차 “청와대가 산업 분야에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대통령 업무보고 성격의 토의에 올리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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