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에서 야생동물의학을 강의하고 있다. 대학에 오기 전 동물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기에 주 전공은 당연히 야생동물이다. 야생동물을 담당하는 교수가 반려동물 이야기를 하니 주변에서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의사로서 직업적인 면도 있었지만, 22년 전 영국 출장 중에 보았던 크러프츠 도그쇼(Crufts dog show)가 계기가 되었다. 당시 국내에서 보았던, 단순히 개를 품평해서 등위를 매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려견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반려동물문화를 선도하는 축제의 장을 연출하고 있었다.

매년 영국 제2의 도시 버밍햄의 공항 근처 NEC라는 대형 전시관에서 지역 예선을 통과한 1만5000여 마리가 4일간 경연을 벌인다. 그 기간에 반려견과 함께하는 스포츠를 클럽별로 대항하거나 시범을 보이며, 청소년들에게 보호자로서 반려견을 다루는 방법을 교육하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도우미견들의 시연, 각 견종 클럽과 사료·용품 등 관련 산업체는 홍보 부스를 운영한다. 이전에는 런던에서 열렸으나 대회가 있는 기간에는 교통이 복잡해져 장소를 버밍햄으로 옮겼다 한다. 대회장의 입장객은 10만 명에 이르러 인근의 호텔 방 구하기도 힘들다. 수많은 반려견이 대회장을 누비고 다니는데도 짖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던 기억도 아직 남아 있다.

당시 영국의 동물보호단체들은 우리나라의 개 식용을 문제 삼아 거칠게 항의하고 후진국 취급을 하곤 했다. 이후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문화 발전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하나의 의무라 생각하게 됐다. 그간 우리나라의 반려동물문화도 많이 발전했고 앞으로도 많이 발전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분명한 것은, 반려동물의 식용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반려동물문화는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끝>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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