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라면·포르말린 통조림 등
관련업체들 무죄·무혐의 많아
오랜 기간 아무런 문제 없이 섭취해 왔던 계란, 소시지, 햄버거 등에 대한 사건이 최근 연이어 발생했고 여기에 지나치게 자극적인 언론 보도와 전문성이 결여된 정부의 대응이 더해져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판매점에서 가격을 인하했음에도 계란의 판매량은 회복되지 않고, 소시지 제품은 업계가 해당 제품을 회수 및 폐기했으며, 햄버거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다양한 행정기관의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명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먹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안과 달리 국내에서 발생했던 대형 식품 사건들은 무죄가 선고되거나 업체의 무혐의로 흐지부지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실제 내용을 보면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수사기관 등의 오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980년대 우지라면 사건, 1990년대 고름우유나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2000년대 쓰레기 만두 사건, 2010년대 불량 맛가루 사건 등의 대형 식품 사건은 모두 식품 관련 법령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발생한 것이고, 나중에 안전한 식품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미 언론 보도나 수사 개시 자체로 해당 기업들은 파산에 이르거나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국민은 해당 식품에 대해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게 되면서 먹거리 선택권에 심각한 침해를 당했다. 결국 수십 년째 반복되는 먹거리 파동으로 인해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은 없고 모두 피해자가 되는 이상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푸드포비아(foodphobia)’라는 표현까지 생긴 이러한 먹거리 불신 사태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식품안전 컨트롤타워인 식약처를 중심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먹거리 불안의 첫 번째 원인은 국가로부터의 정보 부재다. 계란 껍데기에 새겨진 난각 코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국민은 계란 구매 자체를 두려워하게 됐고, 내가 섭취한 소시지가 문제가 된 유럽산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무작정 먹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전주 지역 맥도날드 매장에서 판매되는 햄버거를 섭취한 뒤 식중독 증상이 보고돼 식약처를 포함한 관련 기관의 공무원들이 검체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해당 정보를 국민에게 알린 것은 행정기관이 아닌 일부 언론사의 보도였다.
식품전문 변호사로서 다양한 식품 사건 해결을 위해 소송을 진행하거나 상담을 하고 있지만,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거나 행정처분 취소 등 승소를 하더라도 이미 당사자인 기업은 파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식품업계 특성상 언론에 보도되면 진위에 상관없이 소비자가 구매를 거부하거나 유통업체에서 반품을 해버리기 때문에 진실을 밝혀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런 억울함으로 인해 기업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맛기름에 벤젠이 함유돼 있었다는 이유로 벌금 120억 원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내면서 정보의 왜곡과 부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
결국 식품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식약처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식품 사건의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에 포함된 성분은 대부분 몸에 유익하지만 어쩔 수 없이 유해물질도 포함될 수 있음을 감안해 식품관련법에서는 적정 기준을 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수사기관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민은 유해물질의 검출 여부, 즉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에만 관심을 갖는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공기와 물, 식품에는 당연히 발암물질을 포함한 각종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으나, 정해진 기준 이하로 관리만 되면 평생 섭취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국민이 가지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책무다.
이런 인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지금까지 반복된 사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발생하고, 결국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피해를 보는 안타까운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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