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정부 권고案’ 우려

“처장 추천위의 공정성 의문
기존법 개정 檢독립 확보를”

“수사 대상·범위 구분 모호해
‘옥상옥 권력’ 효율성 떨어져”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가 가시화되며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19일 법무부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공수처 도입 권고안이 검찰개혁의 본질을 외면한 채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매머드형 수사 기관’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독립성에 대한 우려 여전= 법무·검찰개혁위가 전날 내놓은 권고안은 공수처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친위부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많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장 임명의 중립성·독립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7명의 추천위원 중 국회 몫 4명 중 반을 여당 몫으로 본다면 당연직 법무부 장관과 함께 정부·여당에서 7명 중 3명을 갖고 시작하는 모양새”라며 “한 명만 더 끌어오면 인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대통령 직속 부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처장추천위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구성돼야 하는데 권고안을 봐서는 정파적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임기 3년의 공수처장은 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변협회장의 당연직 위원과 국회 추천 4인의 위원이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한 명을 지명한다. 권력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탈’이 났던 검찰을 견제하고 개혁하기 위해 새롭게 만드는 공수처 역시 권력과 떨어질 수 없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자연스레 옥상옥 구조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장 교수는 “사실상 두 개의 검찰을 두자는 걸로 보일 정도로 규모도 너무 크고 권한과 범위도 넓다”고 지적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새 기구를 만들기 위해 법안을 새로 만들고 국민 혈세를 투입할 게 아니라 검찰청법·형사소송법 등을 개정해 검찰의 인사권을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주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권력형 비리 수사 제대로 안 될 것”= 굳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도입으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이뤄지고 수사기관 간 건전한 경쟁이 유도되면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검사 출신 구본진 변호사는 “한 기업이 장·차관과 4∼5급 공무원에게 돈을 줬다고 가정하면 장·차관은 공수처가 수사하고 나머지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일반적으로 권력형 비리는 기업체의 횡령·배임 수사를 하다가 불쑥 튀어나오는데 이걸 공수처에 이첩하라고 하면 수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고 설명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사건 이첩을 다른 수사기관에 요구할 수 있고 다른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하도록 돼 있다. 검사 출신 정태원 변호사도 “검·경이 수사하다 권력형 비리가 나오면 공수처로 넘기라는 것인데, 수사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식 대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나마 수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검사 출신을 공수처 검사로 영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검찰과 분리하기 위해 정원의 절반 이상을 검사 출신으로 채우지 못하도록 한 데 대해서는 결국 ‘검찰 시즌2’가 될 것이라는 비판과 수사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민병기·이정우·김리안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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