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종류는 엄청나다. 쌀가루에 무엇을 첨가하느냐, 소로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붙는다. 멥쌀가루에 찧은 모시잎을 섞어 반죽하면 모시잎 송편, 송기·도토리가루·칡가루·호박가루를 섞으면 송기·도토리·칡·호박송편이다. 웃기로 쓰는 골무송편처럼 모양을 나타내는 명칭도 있다.
지역마다 ‘대표 선수’가 있다. 서울 송편은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고 귀엽다. ‘서울깍쟁이’란 말을 들을 만하다. 강원 ‘선수’는 현지 식재료로 구성된 도토리송편·감자송편·무송편이다. 충청은 호박송편이다. 늙은 호박을 썰어 말린 뒤 가루로 내거나 찐 호박을 으깬 다음 멥쌀가루와 섞어 반죽해 피를 만든다. 호남은 ‘음식의 고장’답게 송편도 화려하다. 치자·쑥·송기·포도즙·오미자즙 등 천연 재료로 색을 낸 꽃송편이 유명하다. 꽃 모양으로 빚어 꽃송편이다.
영남 하면 모시잎송편이다. 삶은 모시잎을 멥쌀가루에 섞어 반죽한 피에 꿀에 재어둔 밤·콩·대추 등이 소로 들어간다. 대개 참기름을 바른 뒤 감잎에 싸서 먹는다. 경북 산간지역에서 나는 칡으로 만든 칡송편도 영남 고유의 송편이다. 모양이 큼직하고 투박하다. 제주 송편은 둥글납작한 비행접시처럼 생겼다. 황해도에선 송편을 손바닥 가득하게 빚는다. 소도 아낌없이 넣는다. 평안은 조개송편, 함경은 언감자송편의 고장이다. 대체로 한반도의 북쪽 지역에서는 송편을 크게 만들며, 서울 인근에선 작게 빚는다.
송편은 역시 가을에 먹어야 제맛이다. “가을 맛은 송편에서 오고 송편 맛은 솔내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추석 때 먹는 송편을 오려송편이라 부른다. 오려는 올벼(햅쌀)를 뜻한다.
송편을 가을 떡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과거에 송편은 중화절(中和節)과 한식(寒食)의 절식(節食)이기도 했다. 음력 2월 초하루인 중화절은 과거에 농사철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이었다. ‘머슴날’ ‘노비일’이라고도 불렀다. 이날 머슴·노비에게 ‘농사일을 잘해 달라’며 큼지막하게 빚은 송편을 나이 수대로 나눠줬다. 이 송편이 ‘노비송편’ 또는 ‘나이떡’이다.
찬 음식을 먹는 한식(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에도 옛 가정에선 송편을 빚었다. 한식의 차례와 성묘에서 송편은 없어서는 안 될 제수용품이었기 때문이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송편은 봄에 먹는 떡”이라고 썼다. 설날, 정월 대보름, 3월 삼짇날, 4월 초파일, 5월 단오, 6월 유두절에 송편을 빚는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우리 민족이 봄가을에 간식거리로 즐겨 먹는 떡으로는 송편 외에 개피떡이 있다. 개피떡은 성질이 따뜻하고 송편은 서늘하다. 봄엔 송편이 먼저 나온 뒤 개피떡이 등장하나 가을에는 순서가 바뀐다. 햇솔로 만든 봄 송편은 묵은 쌀에 향기를 부여하고, 햅쌀로 빚은 가을 송편은 솔내를 맑게 한다.
고려대 식품공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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