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랜드에서 온 동성개발 사장 일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성개발은 한랜드 북방의 극한지역에서 2년째 원유 탐사를 하는 중이다. 한랜드는 러시아에서 임차한 땅이라 원유가 채굴되면 생산량의 15퍼센트를 러시아에 제공한다는 계약 조건이 있다. 러시아는 원유만 나오면 15퍼센트를 거저먹는 셈이지만 그동안 동성개발은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결과가 미미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곧 유병선이 동성개발 임직원을 데려왔다. 사장 임병만, 개발담당 전무 유수호, 시추부장 최태진, 그리고 현장소장 박종관이다. 모두 바짝 얼어붙은 상태라 한랜드 극한지대에서 금방 갖다놓은 것 같았다. 그들로서는 서동수와 직접 대면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임병만도 그렇다. 대통령이었던 서동수는 동성그룹의 모든 권한을 ‘이사회’에 위임해 놓았기 때문에 임병만도 오늘 처음 만난다. 동성그룹 계열사 35개 사장 중에서 서동수와 만난 사람은 서너 명뿐이다. 모두 자리에 앉았을 때 서동수가 임병만을 향해 부드럽게 물었다.
“보고서를 읽었어요. 결론은 가능성이 없다는 건가요?”
“예,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사회의 결정이다. 동성개발은 한랜드 현장에 475명의 직원과 1770명의 현지 근로자를 채용해 탐사, 시추 작업을 벌여 왔다. 지금도 하루에 운영비로 150만 불이 들어간다. 동성 직원들은 150만 불이 ‘날아간다’고 비웃는다는 것이다. 서동수가 시선을 임병만 옆에 앉은 유수호 전무에게 옮겼다.
“전무 생각은?”
“예, 이사회의 결정이 그렇게 난 만큼, 저로서도….”
“난 전무 생각을 듣고 싶은 거야.”
40대 후반쯤의 유수호 얼굴이 금방 하얗게 굳어졌다.
“예, 제 생각은.”
침을 삼킨 유수호가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지만 초점은 멀다.
“운에 맡기기에는 손실이 너무 큽니다. 이 시점에서 중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이번에는 최태진에게 시선을 옮겼다.
“시추부장은?”
“제 생각도 같습니다. 중단해야 될 것 같습니다.”
준비하고 있었는지 최태진이 바로 대답했다. 이제는 서동수가 제일 말단인 박종관을 보았다.
“현장소장은?”
“저는 더 파고 싶습니다.”
박종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모두의 시선이 쏠렸지만 박종관이 어깨를 폈다. 검게 탄 얼굴에서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통계 수치나 분석 자료대로 다 들어맞는 것도 아닙니다. 엉뚱한 곳, 턱도 없는 곳에서 터질 때도 있더라고요.”
거기까지 말했을 때 임병만은 헛기침을 했고 전무는 몸을 꿈틀거렸으며 부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나 박종관의 목소리는 더 커졌고 끝이 떨렸다.
“저하고 현장과장들은 파다가 죽을 각오로 하고 있습니다. 파게 해 주십시오.”
그때 서동수가 머리를 들고 임병만을 보았다.
“회사 조직이 잘돼 있군.”
정색한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회사는 이런 분위기에서 운영돼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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