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새벽, 강릉시 석란정(石蘭亭)의 화재를 진압하던 중 순직한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의 영결식이 19일 오전 강릉시청에서 강원도청 장(葬)으로 엄수됐다. 이들이 근무한 경포119안전센터는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3교대 기준으로 법적 정원은 31명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 인력은 16명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전국 소방공무원 법정 기준 대비 부족인력이 1만9254명이나 된다는 현실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지난 10년간 순직한 소방공무원이 51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우리는 앵무새처럼 “목숨을 걸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력과 장비를 늘리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현장의 소방대원들은 이렇게 응답했다.
“여긴 죽어야 관심을 받는 분야입니다. 참혹한 이야기지만, 우리 소방조직은 동료의 피로 성장한다고 합니다. 높은 분들이 잠깐 관심을 보이는 척하면서, 무슨 선심 쓰듯이 인력과 예산을 찔끔 보강해 주지만, 결국 정치인들 사진 몇 장 찍고 끝날 겁니다.”
소방관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은 수십 년간 이러한 ‘사탕발림’에 상처를 입었고, 재난의 현장에서 피할 수 없는 참혹한 경험은 일반인 대비 심리질환율이 4배에서 10배, 연평균 자살자가 순직자보다 많은 기이한 조직으로 만들어버렸다. 또, 중앙 부처에서는 98%의 소방공무원이 지방직이라는 논리로 국비(國費) 지원에 소극적이고, 지방에서는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드는 조직으로 낙인 찍혀 인력 증원이 매우 힘든 구조다. 한마디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을 중의 을’ 조직이다.
이번만큼은 정계·학계·관계가 두 손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먼저, 정계에서는 여야(與野)를 떠나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담고 있는 이재정 의원의 일명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이 아직도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윤관석 의원이 발의한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소방관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민·형사상 면책을 담고 있지만,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학계는 소방의 현장 대응력 강화와 소방관의 심신건강 관리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면 좋겠다. 소방공무원의 심신건강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및 유사 직렬의 비교분석 등을 통해 소방청이 소방관 처우 개선과 관련해 관계 부처와 국회에 요청하는 논리의 학문적 기반 제공이 필요하다.
관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모두 소방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과 부족 인력 충원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 실행이 급선무다. 군 휴양시설은 68개소, 11만 조직인 경찰은 8곳, 1만 조직의 해경은 3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4만 조직의 소방관들을 위한 휴양시설은 하나도 없다. 소방관들을 위한 전문 치료시설도 하나 없어 경찰병원 곁방 신세다.
이러한 노력이 과연 소방관들만을 위한 것인가. 아니다. 소방관들이 안전(安全)해야 국민이 안전하다. 소방관들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짓밟고, 국민의 안전을 기대해선 안 된다. 한 계급 특진한 고(故) 이영욱 소방경과 고 이호현 소방교 두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오늘도 묵묵히 재난 현장에 출동하는 전국 4만여 소방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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